불안한 펀드투자자 "떠날까, 남을까"

머니투데이 박성희 기자 2008.07.1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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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1500선 공방, 동요하지 말고 길게 봐야

16일 코스피지수가 1500선을 오르내리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바닥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펀드 손실 폭은 갈수록 늘어나니 여기저기서 한숨만 깊어진다.

1500 언저리에서 바닥이 쉽게 드러나지 않는 건 유가와 미국발 신용위기 등 외부 악재가 불거진 상황에서 심리적 불안감이 증폭됐기 때문이다.



◇ 외부 악재에 불안감 증폭

김영일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증시 하락 마지막 국면에서 나타나는 급변동 현상"이라며 "지난 주말 미국에서 날아든 신용위기 악재로 투심이 위축된 가운데 조금이라도 증시가 흔들리면 불안해져 파는 분위기가 짙다"고 진단했다.



최인호 하나UBS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도 "얼마 전까지 시장 참여자 사이에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며 "그러나 완화된 듯한 신용시장 경색이 재부각됐고 하향쪽에 무게가 실렸던 유가도 이란의 미사일 발사라는 예상치 못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졌다"고 말했다. 호재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시장에 대한 실망감만 커지고 있는 셈이다.

외국인 매도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양정원 삼성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신용 경색과 맞물려 외국인 매도세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는 건 환매를 많이 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외인의 팔자 분위기가 언제 끝날지가 관건"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김 본부장은 "외국인 매도는 사실 대차거래에 의한 '숏 셀링'"이라며 "외인 지분율이 줄지 않는다는 건 하락에 베팅할 뿐 팔고 나간다는 게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외인도 팔만큼 팔았기 때문에 '셀 코리아'로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최 본부장은 "외인 지분율에는 외국인 공매도 현황이 포함되지 않아 30%선을 유지하는 것"이라며 "다만 증시 여건이 호전되면 공매도는 언제든 매수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게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 그렇다면 반등은 언제?

지수가 치고 올라가려면 근본적인 악재가 사라져야 하는데 이 모든 게 외부 요인이라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양 본부장은 "인플레이션 주범 중 하나인 유가가 하향 안정되거나 집값 하락이 멈추는 등 본질적인 요인이 제거되지 않는 이상 악재는 계속 전염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본부장도 "내부 변수가 아닌 외부 요인이 증시를 억누르고 있어 바닥을 논하기 어렵다"며 "단기적으로 반등하려면 '공공의 적'인 유가가 적어도 배럴당 110~120불로 떨어지고 신용경색 완화 조짐이 보이는 등 글로벌 매크로 변수가 해소되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본부장은 "다만 펀드런이 없었고 주가수익배율(PER)이 10배까지 떨어져 다른 증시와 비교해도 저렴하다"며 "무엇보다 국내 수출 기업들이 어려운 여건에서도 장사를 잘했다는 건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하반기 국민연금이 6조5000억원의 연기금을 집행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조정이 깊어서 추가 하락보다는 횡보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 본부장도 "1490이면 거의 바닥에 다다른 것"이라며 "1460까지 더 밀릴 수 있지만 이는 10~20포인트 하락은 장중 불안 심리를 반영한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 펀드 투자, 흥분하지 말고 길게 봐라

국내 증시 반등을 쉽게 점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전문가들은 증시 하락에 동요해 섣불리 환매하거나 대량 매수에 나서는 건 위험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 본부장은 "펀드 투자는 자기 자산의 밸류에이션이 매력적인지가 중요하다"며 "충분히 빠지고 난 후 투자하지 않고 환매하는 게 가장 어리석은 일"이라고 주장했다. 바닥을 정확히 짚긴 힘들지만 불확실성은 언젠가 해소되고 현재 밸류에이션도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설명이다.

김 본부장은 "국내주식형펀드의 비중이 60% 이상은 돼야한다"며 "해외보다는 투자자들이 잘 아는 국내에 투자해야 참고 견딜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 본부장은 "쉽게 반등을 예측하기 어려운 시점에선 보수적으로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2~3년 길게 보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어 "적립식은 최소 3년을 투자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한 만큼 굳이 지금 환매하기보다 유지하는 게 맞고 거치식은 반등 시기를 관망한 후 들어가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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