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하락 베팅" 로스, 印항공사 8000만불 투자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2008.07.16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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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사냥꾼 윌버 로스가 유가 하락에 베팅했다. 16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로스는 최근 인도 저가항공사 스파이스젯에 8000만달러를 투자했다.

이는 일반적인 투자 움직임과는 정반대의 것. 최근 항공업계는 고유가로 극도의 위기 상황에 겪고 있다. 현재 항공업계는 운행 노선 축소와 감원 등으로 몸집을 줄이며 어려운 시기가 하루 빨리 끝나기만을 바라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로스의 투자사 WL로스앤컴패니는 이날 스파이스젯에 8000만달러(34억5000만루피)를 투자했다. 이뿐 아니라 필요할 경우, 언제든 추가 자금을 제공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한동안 유럽 철도업계에 몰입했던 로스가 항공업계로 시선을 돌린 이유는 유가 버블 붕괴가 임박했다고 느꼈기 때문.



로스는 이날 뉴욕타임스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향후 12개월 안에 유가 버블이 터질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는 이에 따라 모두가 고유가를 걱정하고 지금 이 같은 투자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는 유가를 정당화할 수 있는 펀더멘털은 없다며 최근의 고유가가 논리적인 예상보다 더욱 확대되고, 더욱 오래 지속되는 버블의 특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 역시 언제 버블이 터질지는 확언할 수 없다고 전했다. 그는 다만 내년 중 버블 붕괴가 일어날 것으로 점쳤다.


창사 3년째인 저가항공사 스파이스젯은 고유가로 업계 부담이 가중된 이후 주가가 50% 이상 폭락했다.

2005년 초 배럴당 50달러선에 불과하던 유가는 3년새 3배 가까이 뛰었다. 수일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선물은 146달러를 넘어서며 신기록을 작성했다.

중국, 인도 등 이머징마켓의 수요 증가와 수급 불안이 유가 상승의 근본적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하지만 투자 차익을 노린 투기세력의 선물 투자가 유가를 실제 필요 이상으로 부풀리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현재 유가 전망은 추가 상승과 하락 반전으로 양분되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유가 애널리스트 아르준 마르티는 유가가 향후 2년래 배럴당 2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예상한 반면 리먼브라더스 등의 애널리스트들은 하락 반전을 통한 고유가 진정 국면이 연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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