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증시 4대 난제 "美 1년치 GDP 증발"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2008.07.16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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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신용경색 우려·은행 위기감·유가·기업실적 둔화

하락 또 하락, 별다른 저항없이 반복되는 증시 조정. 글로벌 증시는 도대체 얼마나 하락하고있는 걸까.

대부분 주요 증시가 고점대비 20%이상 하락하는 공식적인 약세장에 진입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고점부터 증발한 글로벌 증시 시가총액은 13조달러를 넘는 것으로 추정됐다.

2007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13조9800억달러에 육박하는 천문학적인 돈이 공중분해된 셈이다. 전세계 주요은행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손실로 4160억달러의 자산상각을 단행했는데, 이런 흐름이 올하반기, 내년까지 이어져 장기적인 경기침체를 가져올 것이라는 불안감이 투자심리를 짓누른 탓이다.



급등하는 유가는 인플레이션 위험을 부추겼다. 침체와 인플레가 공생하는 어려운 국면에서 증시 투자자들은 속수무책이었다.

23개 선진증시를 포괄하는 MSCI월드인덱스중 오직 캐나다만이 약세장을 피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조셉 퀸란 수석 시장전략가는 "숨을 곳이 없다는 생각이 확산되고 있다"며 "센티먼트가 심각하게 바뀌었다.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 공통 현상"이라고 말했다.

증시 악재는 크게 4가지로 꼽을 수 있다. 먼저 7월들어 강화된 2차 신용경색 우려. 지난 13일 미연준과 재무부가 양대 국책 모기지업체인 프레디맥과 패니매를 긴급 구제하면서 절정에 달했다.

재무부가 두 모기지업체의 지분을 더 살수 있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발표는 사실상 공적자금 투입과 같은 조치라는 평가가 잇따랐다. 그 정도로 위기가 심각하다는 것을 방증했다. 더이상의 구제는 없다는 관측도 많았다.


이는 금융 및 모기지시장의 대혼란으로 이어졌다. 주택 가격 반전이 없는한 모기지 가격 하락과 이로인한 은행들의 부실과 도산이 불가피하다는 흉흉한 전망이 꼬리를 물었다. 18개월 안에 150개 은행이 문을 닫을 수 있다는 뉴욕타임스 기사는 이를 대변했다.

15일 들어서는 BOA, AIG같은 대형 금융주가 8% 넘게 폭락했다. 현실적으로 대마불사가 더이상 어렵다는 인식에 따라 투매가 나왔다. 이같은 은행 위기감이 두번째 이유다. 고집스럽게 은행주 매도를 추천하고 있는 오펜하이머의 메리디스 휘트니 애널리스트는 이날 와코비아을 겨냥했다. 주가는 7.7% 떨어졌다. 17년래 최저가를 경신했다. 와코비아는 펀더멘털이 건강하다고 맞섰다.

이 와코비아는 AIG의 투자의견을 '비중확대'에서 '비중축소'로 내렸다. 헤지펀드 매니저인 윌리엄 아크맨은 "패니와 프레디의 슬럼프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크맨은 두 회사의 '재건'(reorganization)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이는 기존 주주에게 치명적이다. 이 여파로 두 회사 주가는 또 폭락했다. 공매도 제한 조치까지 나왔지만 하락을 막을 수는 없었다.

세번째 국제유가를 꼽아야한다. 당위다. 유가 변수는 컨트롤 자체가 어렵다. 급등 때는 인플레라는 악재로 증시를 압박하고 급락할 때는 수요감소가 경기둔화 때문이라며 투자자들을 울린다. 15일에는 유가 급락에 따라 엑슨모빌이 급락하며 다우지수를 흔들었다. 얌전하게 움직이는 게 바람직하지만 지난 1년간 100% 넘게 급등한 시점에서 이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당분간 심하게 오르내리며 충분히 악재 역할을 할 것이다.

마지막 악재는 기업 실적 둔화와 경기침체를 꼽을 수 있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마저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의 공존을 인정할 정도로 경기하강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2분기 실적을 비롯 미국 기업들의 어닝 시즌도 기대할 게 없다. 금융업종의 손실이 실적 악화를 주도한다. 실적 둔화는 밸류에이션의 부담을 키운다. 주가가 급락했지만 실적이 계속 나빠지면 밸류에이션 매력도 같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과거 실적 대비 S&P500의 주가수익배율(PER)은 20.1배로 낮지 않다. MSCI 월드 인덱스 PER은 13.8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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