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 금융주, 탈출구는 없는가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2008.07.16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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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잇단 개입에도 부진 계속
- BoA, AIG 대형종목도 불안
- 신뢰 회복이 우선

정부의 긴급 구제책도 증권 감독 당국의 공매도 제한도 쏟아지는 매물을 막지 못했다. 경제 수장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에 이어 조지 W 부시 대통령까지 나서 미국 경제와 신용시장의 안정성을 강조했지만 투자자들의 신뢰는 되살아나지 않았다.

15일(현지시간) 뉴욕 증시 다우지수는 2006년 7월 이후 처음으로 1만1000선을 내줬다. S&P500지수는 1% 이상 하락했다.



이날 뉴욕 증시 부진의 주범은 금융주였다.
양대 국책 모기지기관 패니매와 프레디맥은 정부의 잇단 지원사격에도 급락의 골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패니매가 27%, 프레디맥이 26% 각각 빠졌다. 정부의 구제책 발표 이후 이틀째 급락세다.

다우지수 30개 종목에 포함돼 있는 대형 금융주들도 위험신호를 보냈다. AIG가 8.5%,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8.1% 급락했다. 와코비아도 8% 가까이 밀렸다.



◇불신 팽배, 개입 효과 없어

재무부의 패니매, 프레디맥 구제책에 이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날 이들 모기지기관은 물론 리먼 브러더스, 메릴린치,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등 프라이머리 딜러 주식에 대한 공매도(네이키드 숏셀링:Naked Shortselling)'를 30일간 한시적으로 금지했다.

SEC의 결정은 최근 주식시장의 급락과 금융시장 불안이 패니매, 프레디맥, 리먼 등 악성 루머의 대상이 되고 있는 종목들에 대한 공매도로 인해 증폭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


하지만 시장 반응은 냉랭했다.
공매도 제한 발표 이후 장중 30% 이상 급락했던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낙폭이 잠시 축소되는 듯했지만 시장 전반에 걸친 약세를 극복하긴 역부족이었다.

패니매, 프레디맥과 함께 공매도 제한 대상에 오른 메릴린치(4.6%)와 모간 스탠리(2.4%), 골드만삭스(0.5%)도 부진하긴 마찬가지였다.

◇악재에 특화된 시장

SEC뿐 아니라 FRB와 재무부, 백악관까지, 전방위 지원사격이 종일 이어진 하루였다.

버냉키 의장은 이날 상원 청문회에 출석, 은행의 지불능력보다 파산 우려를 우선시하는 분위기가 문제라고 강조했다. 은행시스템 내 유동성이 충분하고 지불능력도 확실하지만 이를 신뢰하지 못하는 시장 분위기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헨리 폴슨 재무장관 역시 상원 청문회에서 패니매, 프레디맥 구제안이 이들 두 모기지기관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전체 신용시장을 위한 안정을 위한 것이라며 정부의 시장 지원이 이어질 것임을 시사했다.

이어 부시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 미 은행시스템이 근본적으로 건강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재계에서 잇달아 시장 신뢰를 강조했지만 시장은 이들의 말을 믿지 않는 눈치다. 대통령이나 장관보다 시장 애널리스트의 말이더 위력을 발휘하는 시점이다.

오펜하이머의 애널리스트 메리디스 휘트니가 와코비아의 투자등급을 하향 조정하자마자 와코비아는 장중 15%까지 빠지는 급락세를 기록했다.

◇돌파구는 어디에?

공매도 제한 대상에 오른 리먼은 이날 의미 심장한 오름세를 보였다. 리먼은 전반적인 약세장에도 불구, 6% 상승했다.
리먼이 주가 하락을 부추기고 있는 단기 매매자들을 떨쳐내기 위해 주식 비공개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추가 하락에 대한 우려가 축소된 데 따른 것이었다.

워싱턴뮤추얼은 12% 급등했다. 장중 상승폭이 30%까지 치솟기까지 했다.
이날 급등은 한동안 워싱턴뮤추얼을 괴롭히던 유동성 위기설이 종식된 데 따른 것. 14일 워싱턴뮤추얼이 기준 이상의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 확인됐고 안 좋은 소문도 사라졌다. 불신에서 신뢰로 바뀌기까진 24시간이면 충분했다.

이렇듯 상황은 변하기 마련이다. 금융주가 반등을 노리기 위해선 우선 신뢰 회복이 필요하다. 추가 부실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이 제일 먼저 할 일이다.

테네시주의 퍼스트호라이즌내셔널의 경우, 2분기 1910만달러(주당 11센트) 순손실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겼지만 자본 확충과 최고경영자(CEO) 교체 등을 발표하면서 17% 뛰며 이날 S&P500 종목 중 최고 상승폭을 기록했다.
스테이트스트릿은 전년 대비 50% 급증한 순익을 앞세워 7% 올랐다.

투자자들의 신뢰 회복을 위해선 그것이 구조 조정이든 예상을 뒤엎는 화려한 실적이든 눈에 보이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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