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S' 위험 커져..버냉키도 인정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안정준 기자 2008.07.16 08:59
글자크기
15일(현지시간)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상원 금융위원회 발언은 미국의 스테그플레이션 가능성을 연준이 사실상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버냉키 의장은 이날 상원 금융위원회의 상반기 경제 증언에서 "경제 성장이 상당히 둔화될 것이란 전망과 더불어 인플레이션 위험이 동시에 강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버냉키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 6월 성명서에서 밝힌 "경기 하강 위험이 다소 줄어들고 있다"는 언급을 포기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소 줄어든 게 아니라 상당히 둔화되고 있음을 공식 밝힌 것이다.

인플레이션 압박에 더해 이제는 경기 침체 또한 공식적으로 인정함으로써, 미국 경제에 스테그플레이션 우려('S' 위험)가 고조되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것이다.



이날 버냉키 의장의 발언은 재무부가 정부 보증 모기지 기관,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긴급 구제 방안을 발표한 이후 경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는 시점에서 나왔다.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구제 방안 발표는 미국 주택시장 침체가 아직도 진행중이며, 시장 유동성 상황 또한 건전하지 못하다는 점을 암시한다.

안그래도 몸살을 앓고있는 미국 경제가 두 모기지업체 문제로 결정적 타격을 받은 셈이다.


아울러 연일 곤두박질치는 증시와 달러 가치, 이와 반대로 하루 건너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유가 등을 함께 고려해 볼 때, 미국 경제는 버냉키의 우려대로 스태그플레이션으로 향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날 버냉키 의장은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 상승 가능성을 동시에 지적하면서 향후 금리 정책 방향이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경기침체 극복을 위해 당장 시장 유동성이 필요하지만, 인플레 우려로 금리를 올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버냉키 의장은 에너지 가격도 쉽게 진정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는 원유 투기세력에 의해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대신 최근 유가 상승은 수급불균형에 따른 문제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몇년간 유가가 급등해도 이에따른 공급 증가는 매우 미약한 수준이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미 경제가 아직 심각한 상황에 이른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버냉키 의장의 연준 발언과 거의 같은 시점에 백악관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들이 미국 경제에 대한 믿음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정치적인 입장을 밝혔다.

헨리 폴슨 재무부 장관도 "패니매와 프레디맥에 대한 믿음을 유지하는 것은 전체 경제 시스템과 시장 안정성을 위해 중요하다"며 미국 경제에 대한 신뢰 구축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또 연준은 이날 발간된 반기 경제 성장 전망 보고서에서 미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오히려 상향조정해 버냉키 의장의 발언과 반대로 가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연준은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4월 제시했던 0.3~1.2%에서 1~1.6%로 상향 조정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