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50불은 쉽게 못 넘는다"

머니투데이 오수현 기자 2008.07.16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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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 전망에 17년 최대폭 하락… "3차 오일쇼크 기준되며 자발적 조정"

올 여름 국제유가(WTI)가 150달러 선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쏟아져 나왔지만, 현재까지 국제유가는 쉽사리 150달러를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1일 오전 전자거래에서 WTI 선물이 147.27달러까지 치솟아 최고 기록을 기록하면서 이날 유가가 150달러선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그뿐이었다. 당일 종가는 145.08달러를 기록했다.



◇ 널뛰기 유가…150달러선에 부담감 억제 효과

7월 들어 유가 널뛰기는 갈수록 심화되는 양상이다. 지난 7~8일 유가는 이틀새 9.25달러가 빠졌다가, 10~11일 이틀간 다시 9달러가 급등하기도 했다. 그러나 종가기준으로는 여전히 146달러 조차 돌파하지 못하고 있다.



15일에도 WTI는 17년만에 최대폭으로 하락했다. 세계 경기 침체로 원유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전날에 비해 배럴당 6.44달러 (4.4%) 급락한 138.74달러로 마감했다. 이는 최근월물 가격 하락폭으로는 1991년 1월 이후 최대이다. WTI는 장중 배럴당 9.26달러(6.3%) 폭락세를 보이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자 전문가들 사이에선 "150달러가 3차 오일 쇼크의 기준이 되면서 시장 내 자발적 가격조정이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동정세불안이나 미국 남부에서 발생하는 허리케인과 같은 돌발 악재로 작용하고 있지만 유가를 150달러대로 이끌 모멘텀으로 작용하기엔 힘이 부쳐 보인다. 여기에 그동안 유가상승의 주요원인으로 작용하던 달러화도 최근들어 연일 주요통화대비 강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유가 억제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 금융기관의 원유 매도 가능성…유가 안정에 기여

일각에선 금융기관들의 실적악화와 주가하락이 유가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그동안 원유 상품 시장에 공격적인 투자를 해온 투자은행(IB)들이 지속되는 실적악화와 주가 하락으로 자금확보를 위해 원유 매도세로 돌아서면 유가 하락세가 장기화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7월 들어 금융권 위기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지난 11일 미국 2위 모기지업체 인디맥이 도산한데 이어 13일에는 미 재무부가 프레디맥과 페니매에 대한 긴급 지원 대책을 발표하면서 금융주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

메릴린치가 이번주 실적발표에서 2분기 상각규모가 60억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금융기관들의 실적발표 전망도 어둡다.

15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패니매와 프레디맥은 물론 리먼 브러더스, 메릴린치,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등 프라이머리 딜러 주식에 대해 공매도를 금지하는 조치를 취한 것도 금융권에 대한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다.

페트로매트릭스의 올리버 제이콥 애널리스트도 "금융기관들이 현금 확보를 위해 원유 상품을 팔아치우기 시작하면 원유시장에 미칠 파급력은 매우 클 것"이라며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 했다.

◇ 원유 시추 금지 조치 해제도 호재 작용

여기에 최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1990년 부친인 조지 H.W.부시 대통령이 서명한 연안시추 금지 조치를 해제한 것도 유가 하락세에 보탬이 되고 있다.

의회에서 최종적으로 금지조치를 해제할 경우 원유생산량 증가로 유가가 안정세에 접어들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유가 150달러 돌파를 방어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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