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실용외교 좌초 위기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08.07.15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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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남북관계 빨간불…한미관계도 삐그덕

이명박 대통령의 '실용외교'가 좌초 위기에 빠졌다.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한미관계 복원이 '쇠고기 파동'에 휘청거린데 이어 취임 뒤 2차례나 정상회담을 가진 일본과의 관계도 독도 문제로 경색 국면에 들어섰다.

여기에 남북관계까지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으로 급속히 냉각되면서 정부 외교정책의 현주소와 전략 부재 등 구조적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 독도 도발에 한일관계 빨간불 = 한일 정상은 지난 4월 "양국 관계를 성숙한 동반자 관계로 확대하고, 한·일 신시대를 개척해 나가자"고 선언한 지 석달 만에 파경을 맞았다.

정부는 일본의 해설서 개정 움직임이 지난 5월18일 일본 언론 보도로 알려진 뒤부터 2달 가까운 시간 동안 전방위 설득 외교를 펼쳤지만 무위로 돌아갔다.



이 대통령은 이에 "독도 문제는 역사문제일 뿐만 아니라 영토주권의 문제로 분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권철현 주일대사를 일시귀국시키는 등 전면 대응 조치를 취했지만 미래를 강조한 실용외교는 이미 빛이 바랬다.

외교가에선 새 정부 출범 후 인사·공천 파문에 휩싸여 주일 대사 임명이 두달 가까이 지연됐고 고무라 마사히코 일본 외상의 방한이 취임 10개월째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이명박 정부가 한·일 관계에서 행동보다 말을 앞세웠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특히 수차례에 걸친 설득작업에도 일본 정부가 독도 영유권 명기 방침을 강행하면서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에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으로 일본이 독도 영유권 주장 명기를 교과서로 확대하는 등 현재 입장을 고수할 경우 한일관계 경색 장기화는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 남북대화 단절에 총격피살 사건까지 = 지난 11일 금강산에서 발생한 50대 여성 관광객 박왕자씨 피격 사망 사건도 이명박 대통령이 18대 국회 개원연설에서 남북대화 재개 제의 등 대북기조에 변화를 꾀하려는 상황에서 터져 향후 남북관계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북측은 피격 사망사건에 대해 "책임은 전적으로 남측에 있다"며 우리 측의 현장조사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또 지난 13일 노동신문을 통해 "(이 대통령의 대북 메시지가) 새로운 것이란 하나도 없고 지금까지 아래 것들이 떠들어오던 것을 되풀이한 것으로 논할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이라며 대화재개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출범과 함께 햇볕정책 대신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하면 10년 안에 국민소득 3000달러를 만들어주겠다는 '비핵개방300구상'을 내놨지만 남북 당국간 대화는 지난 3월 이후 전면 중단된 상태다.

◇ 쇠고기·외교결례…한미관계 삐걱 = 한미 관계는 이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4월 회담에서 '21세기 전략동맹'이란 비전에 합의했지만 추가 협상으로 이어진 '쇠고기 파문'이 남긴 상처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또 부시 대통령의 방한이 미국측의 일방발표로 외교적 결례 논란에 휩싸이는 등 적지 않은 홍역도 치렀다.

현재로선 7월에 구체화해 발표키로 합의했던 '21세기 전략적 동맹관계 선언'의 향방도 불투명한 상태다.

청와대는 지난 4월에 이어 도야코 선진8개국(G8) 정상회담에서도 한미정상회담을 가지면서 한미관계 위상을 재확인했다는 입장이지만 '캠프데이비드 회담'의 성과를 강조해왔던 4월 정상회담 당시에 비하면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는 것이 대체적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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