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건설사, 겉만 번지레한 재무제표

더벨 박홍경 기자 2008.07.16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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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주택건설사]②현금기준으론 적자, 우발채무 반영시 부채비율 급상승

이 기사는 07월15일(12:19)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신용분석가들이 즐겨 쓰는 '분식가능지수(WDI)라는 것이 있다. 당기순이익이 많이 나는 회사라도 영업상 현금흐름이 보잘 것 없다면 분식 가능지수가 올라간다. 통상 순이익은 속여도 현금흐름은 속이기 어렵다는 속성을 이용한 것이다.



동양종금증권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건설업의 분식가능 지수는 거래소 산업대분류 16개 업종중 가장 높다. 재무제표 상으로는 이익을 내는 것으로 돼 있지만 현금기준으로는 형편없는 적자를 보이는 회사들이 많기 때문이다.

주택전문 건설사들의 재무제표를 보면 지난 2004년 이후 매출액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고 순이익도 꾸준히 내고 있다. 자산규모도 확대되는 추세이고 부채비율이 다른 업종에 비해 높기는 하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재무제표만 번지레한 경우가 적지 않다. 속을 들여다 보면 현금유입은 보잘 것 없고 상당한 자금이 미수금, 대여금, 재고자산으로 묶여 있다. 특히 지난해 이후에는 미수금이 급증하고 있고, 이중 시행사 부도 등으로 사실상 회수 불가능한 규모도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성장성 좋고, 수익성 나쁘지 않은데…

BBB-등급 주택전문 건설업체 12곳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에 비해 20% 가량 증가했다. 이자비용 증가에도 불구하고 매출액영업이익률은 6.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부채비율은 255% 수준으로 다소 높아지고는 있지만 최근 4~5년 동안 별로 달라진 게 없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건설사 재무제표에 거품이 끼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선 성장성이 높은 이유는 사업성을 무시하고 외형확대 등을 위해 무분별한 수주를 감행한 탓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기존 사업에서 현금을 회수하지 못하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신규사업에 진출하면서 매출액이 늘어난 영향도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수익성이 괜찮은 이유도 대손충당금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 경우 실제 준공되는 시점에 손실이 한꺼번에 반영될 여지가 있다.

현금흐름으로 보면 악화일로다. BBB-등급 12개 주택전문건설사의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말 6000억원 가량으로 1년전의 72% 수준이다. 반대로 지난해 매출채권과 재고자산 매입채무 등에 묶인 돈은 지난해만 1조원 가량(비율로는 64%) 증가해 2조7000억원을 상회하고 있다. 영업활동에 따른 현금흐름이 적자로 돌아선 것도 작년부터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공사미수금의 경우 벽산건설이 지난해말 현재 4283억원, 신성건설이 3087억원에 이르고 남광토건, 진흥기업도 2000억원대 후반을 기록하고 있다. 공사미수금이 없는 풍림산업의 경우 매출채권 등 기타 운전자그이 7000억원에 달한다.

강성부 동양종금증권 선임연구원은 "일부 건설사들의 경우 시행사의 부도로 공사미수금의 회수가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손실을 실질보다 적게 인식하면서 순이익과 자산, 자기자본의 과대계상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특히 업계가 대손충당금을 쌓는데 인색한 관행에 젖어있는 부분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매출인식이 증가하는 초기 시점에는 수익성 지표가 높게 나타나지면 향후 준공 시점에 손실이 대폭 반영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재무안정성 지표는 믿을만한가?

우발채무를 감안한 주택건설사들의 부채비율은 놀라운 수준이다. 200%대로 비교적 안정적으로 보이는 장부상 부채비율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대부분 아파트 공사는 각 사업장 별로 프로젝트파이낸스(PF)를 통해 자금을 조달해 진행된다. PF대출의 차주는 시행사지만, 금융권은 사실상 시공사의 신용을 보고 대출을 해 준다. 부동산PF로 발행된 자산유동화증권(ABS)과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의 신용등급이 시공사를 따라가는 이유다.

일례로 월드건설의 경우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가 올해 1분기에 187.5%와 30.2%를 기록했다. 2006년말 156.6%, 26.4%와 비교해 소폭 증가했으나 비교적 안정적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주택분양시장 여건의 변화에 따라 심각한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

이 회사 총공사계약 잔액의 70% 정도는 시행사 발주 물량을 SPC를 통해 수주한 경우다. 시행사에 대한 일반차입을 비롯해 PF 보증 등이 올 3월말 기준으로 7065억원에 달한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프로젝트의 사업성과 현금흐름구조 등을 감안한 위험조정 부채비율이 392%로 과다한 수준이다.

.건설사 PF 증가 추이
↑건설사 PF 증가 추이

부채비율 수준으로 보면 월드건설보다 더 한 곳이 많다. 시행사에 대한 지급보증 등 우발채무를 포함할 경우 'BBB-' 등급의 업체 다수의 부채비율이 800%를 넘고 1000%를 상회하는 곳도 있다.

일부 건설사는 부도난 시행사의 채무를 떠안는 경우도 있지만 이마저도 자금력이 있는 대형 건설사의 경우다. 중소 또는 중견 건설사의 경우에는 시행사를 통해 대출 원리금을 몰래 대지급하고 이를 대여금 등의 형태로 계상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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