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근차 빈좌석이 없어졌어요"

여한구.양영권 기자 2008.07.15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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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홀짝제 첫날 과천관가 표정

공공기관 승용차 홀짝제 도입 첫날인 15일 정부과천청사 주차장은 눈에 띄게 빈자리가 늘었다. 민원인이 타고온 차량을 제외하고는 승용차 끝자리가 짝수인 차량의 출입이 원천 차단됐기 때문이다.

홀짝제 시행에 대한 사전예보가 이뤄진 때문인지 대다수 공무원들은 짝수차량을 놔둔 채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인근에 사는 동료 공무원들의 차에 동승해 출근했다.



김동수 기획재정부 제1차관도 관용차가 홀짝제에 해당돼 재정부 간부 승용차를 얻어타고 조찬회의에 참석했다. 모 재정부 1급 간부는 아예 지하철을 타고 와서 청사까지 걸어왔다.

강만수 재정부 장관은 관용차가 홀수차량이어서 관용차를 타고 출근했지만 16일에는 자택 근처에 사는 직원과 카풀로 출근할 계획이다. 관용차가 역시 홀수차인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도 짝수날에는 강 장관 처럼 카풀로 출근할 계획이다.



짝수차량 관용차가 배정된 임채민 지경부 제1차관은 대통령 업무보고 배석차 부산에 내려가기 위해 분당에서 서울역까지 버스를 타고 가 KTX를 타야했다.

통근버스는 홀짝제 도입에 따라 21개 노선 25대에서 25개 노선 33대로 확대됐음에도 비교적 빈자리가 많았던 이전과는 달리 대부분의 좌석이 꽉찼다. 어떤 공무원은 홀짝제에 걸린 차 대신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기도 했다.

매일 아침 경기 일산에서 통근버스를 이용하는 공무원은 "오전 6시대에 출발해 한달전만 해도 빈 좌석이 절반인 상태로 운행됐지만 점차 이용자가 늘더니 오늘은 거의 빈자리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홀수 날 홀수차량의 주차가 허용되는 '포지티브' 방식을 잘 이해못한 일부 공무원은 짝수차량을 몰고와 낭패를 겪는 모습도 상당수 보였다.

한 공무원은 "승용차 5부제 때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운영하다가 갑자기 적용 방식을 바꿔서 헷갈렸다"면서 사정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청사관리사무소는 청사 내부 주차장과 테니스장 주차장을 제외한 모든 주차공간 입구에 말뚝을 박고 줄을 쳐 진입 자체를 못하게 하는 등 엄격하게 통제했다. 관리사무소는 허용된 주차공간도 별도로 배포한 공무원 차량 표식이 없으면 주차를 허용치 않을 방침이다.

하지만 일부 공무원들은 공공기관 홀짝제에 대한 불만을 여과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모 부처 간부급 직원은 "실용적으로 운영해야지 아침회의가 빈번한 장·차관 관용차까지 일괄적으로 묶어버리는 것은 아무래도 전시행정으로 보이기 십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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