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 90%, 유럽시장 화학물질등록 무방비"

브뤼셀(벨기에)=최석환 기자 2008.07.15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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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1일까지 사전등록 안하면 유럽수출 중단

↑박대영 구주환경협의회(KECE) 사무총장↑박대영 구주환경협의회(KECE) 사무총장


"등록자료가 없으면 시장진출도 없다(No data, No market)."

벨기에 브뤼셀에서 만난 박대영 구주환경협의회(KECE) 사무총장이 유럽연합(EU)이 최근 시행에 들어간 '신화학물질관리제도(REACH)의 기본원칙'이라며 소개한 말이다.

여기에는 해당 기업들이 REACH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유럽 수출 자체가 중단될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REACH'는 국제환경규제 가운데 가장 강력한 규제로 평가되며, EU 내 연간 1톤 이상 제조 또는 수입되는 모든 화학물질을 비롯해 혼합물이나 완제품에 사용된 화학물질에 대해서도 유럽화학물질청(ECA)에 등록을 마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100톤 이상 물질이나 특정물질(CMR, PBT 등)은 등록은 물론 평가와 허가 절차도 거쳐야 한다.

특히 올해 6월1일부터 12월1일까지로 예정된 사전등록을 마치지 못하면 일단 EU로의 수출이 금지된다는게 핵심 골자다.



박 총장은 "사전등록은 REACH 등록 절차의 하나로 사전등록을 해야만 양과 물질의 특성에 따라 3년6개월에서 최대 11년까지 본 등록 절차가 유예되고, 물질정보포럼(SIEF)에 참여할 수 있으며 공동등록을 통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총장은 이 과정에서 사전등록의 주체를 누구로 정할 것인지를 정하는 문제가 가장 큰 난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U시장에 화학물질을 수출하는 한국 기업의 경우 사전등록을 자체적으로 진행할 수 없고, EU에 있는 법인 등을 유일대리인(OR)으로 선임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일 대리인은 EU내의 수입업체나 한국기업의 현지 법인, EU내 개인 및 법인이 될 수 있다.


박 총장은 "유일 대리인의 경우 비용도 만만치 않게 발생하고 회사 기밀 보호 문제도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선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해 ECA는 지난달 13일을 기준으로 전 세계 1427개 업체가 7360개 화학물질에 대해 사전등록을 신청했으며, 국가별로는 독일(34.6%), 영국(27%), 스페인(11.1%) 등의 순으로 신청 건수가 많았다고 밝혔다.



현재 한국 기업 중 REACH 사전등록이 필요한 업체는 10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정부와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화학물질은 3만5000여개가 등록 대상에 올라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한국기업 10곳 중 9곳은 REACH에 대해 무방비 상태인 것으로 집계됐다.

↑조병휘 코트라 브뤼셀 무역관장↑조병휘 코트라 브뤼셀 무역관장
코트라(KOTRA)에 따르면 지난 2월 'REACH 기업지원센터'(www.reach.or.kr)가 관련 제도 도입 가능성이 있는 592개 업체를 조사한 결과 90.5%(936곳)가 'REACH 관련 미대응'이라고 답했던 것.



조병휘 코트라 브뤼셀 무역관장은 "자동차, 페인트, 플라스틱 용기, 섬유 등 일상 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모든 제품이 화학물질 등록 대상이 되기 때문에 REACH가 EU시장 진입의 출입증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 관장은 "우리 업체들이 12월초에 갑작스런 수출중단 위기에 직면하지 않으려면 서둘러 사전등록을 마쳐야 한다"며 "코트라도 REACH 관련 상담 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관련 제도와 사전등록 절차에 대해 심층연수를 실시하는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레오 애플맨 리치센터 소장↑레오 애플맨 리치센터 소장
유럽화학산업협회(CEFIC)가 기업의 REACH 대응 지원을 위해 2006년 브뤼셀에 설립한 컨설팅 기관인 '리치센터(REACH CENTRUM)'를 맡고 있는 레오 애플맨 소장은 더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애플맨 소장은 인터뷰를 통해 "기업들은 화학물질의 사용이 인체에 무해하다는 것을 입증할 책임이 있기 때문에 REACH 제도가 도입된 것"이라며 "한국 기업들이 유럽에서 화학물질 관련 사업을 계속하고 싶다면 사전등록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화학물질을 사전에 등록하지 않았다면 유럽시장에 진출할 수 없다"면서 "한국 기업들은 등록기관인 ECA가 내놓은 'REACH에 대해 자주 묻는 질문'과 같은 자료들을 면밀히 검토하는 등 철저한 사전 준비 작업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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