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관료들 "금리인상 신중해야"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08.07.15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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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봉균 의원, 현정택 원장, 윤증현 전위원장 등
- "금리인상, 자산가치 하락 고려해야"
- "환율 매도개입, 할 수 있다··대신 세련되게"


 물가는 치솟고 경기는 가라앉는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서 전직 고위 관료들은 금리와 환율에 대해 어떤 정책을 추천할까.



 경기 둔화가 뚜렷해지는 현재 상황에서 물가를 잡기 위한 금리 인상에 대해서는 대체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자칫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가치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수입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원/달러 환율의 하향 안정을 유도하는 정책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다만 좀더 세련된 방식으로 환율을 운용하라는 당부가 뒤따랐다.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낸 강봉균 민주당 의원은 "최근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고 있고 시장금리마저 올라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행마저 정책금리를 올리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최근의 물가 상승은 수요 과열이 원인이 아니라 원자재 가격이 오른데 따른 '비용 인상(Cost-Push)'이 문제인 만큼 수요 억제로는 물가를 잡을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강 의원은 이어 "국제 원자재 가격이 올라서 생기는 물가 상승은 피할 수 없고 어쩔 수 없이 흡수해야 한다"며 "거시경제 정책으로 물가를 다스리려 하기보다 어려운 사람들에게 물가 부담이 전가되지 않도록 하는 (미시)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재정경제원 출신으로 김대중 대통령 시절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현정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역시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번달에 금리를 올리지 않은 것은 잘 한 일"이라며 "금리 인상은 자산가치 하락 등의 영향을 고려해 세심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 경제부총리는 "지금처럼 물가가 오르는 국면에서는 이론적으로 금리를 올리는 것이 맞다"면서도 "그러나 지금처럼 대출을 조이는 가운데 금리마저 올리면 피해를 보는 것은 중소기업과 서민"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미 주가와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면서 '역(逆) 자산효과'(Reverse Wealth Effect)가 나타나고 있고 시장금리도 오르고 있다"며 "금리 인상이 쉽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역 자산효과란 주식과 부동산 등 보유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소비가 위축되는 현상을 뜻한다.

 윤증현 전 금융감독위원장은 "경제정책에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것'은 없다"며 "결국은 선택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한은이 금리 인상을 시사했는데 이론의 여지는 있겠지만 (금리는) 물가당국인 한은의 판단을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정부가 환율을 1000원선으로 끌어내리려 애쓰는데 대해서는 대체로 방향은 맞다는 의견이었다. 재무부 출신의 이종구 한나라당 의원은 "세계적으로 환율을 자유방임에 맡기는 나라는 없다"며 "현 상황에서 정부가 외환시장에서 매도 개입에 나서는 것은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

 강봉균 의원은 "환율이 낮아지면 물가에 도움이 되는 만큼 정부가 환율 하락을 유도할 수는 있다"며 "그러나 정부가 환율을 좌지우지해서는 안 되고 최대한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증현 전 위원장도 "지금처럼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물가가 오를 때에는 환율을 하향 안정해 운용할 필요는 있다"며 "다만 환율을 어떤 방식으로 세련되게 운용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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