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칼럼]'죽음의 5중주'와 신약개발

임중인 동아제약 수석연구원 2008.07.16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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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생소한 단어가 아닌 “대사성 증후군(metabolic syndrome)”이란 문구를 방송과 신문을 통하여 자주 접하게 된다.

“심장으로부터 들려오는 불길한 음악이 있다. 죽음을 부르는 5중주, 즉 고혈압, 고혈당, 비만, 고콜레스테롤, 고중성지방의 협주곡이다.”



이같이 대사성증후군을 음악적으로 무섭게 표현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은 실제로 이 5중주 중 몇 개가 서로 어우러져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이 대사성 증후군의 시발점이 된다는 점이다.

알려진 바와 같이 대사성 증후군이란 인슐린 저항성이나 당뇨병 발생 전단계인 내당능장애 등이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 등과 함께 나타나는 경우를 말한다. 즉,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뇌졸중, 심근경색 등 각종 성인병이 동시 다발적으로 발병하는 증상이다. 예를 들어, 남성의 경우 배 둘레가 90cm 이상, 중성지방 150㎎/㎗ 이상, 고밀도 콜레스테롤 40㎎/㎗ 이하, 혈압 130/85㎜/Hg 이상, 공복 시 혈당이 110㎎/㎗ 이상인 증상중 세 항목 이상의 증세를 보이면 대사성 증후군으로 가는 길목에 서게 되는 것이다.



한국인 성인 4명 중 1명은 대사성 증후군을 가지고 있으며, 한국 성인의 대사성 증후군 유병률은 서유럽보다 높아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의학전문가들이 그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자신이 대사성 증후군인지 모르고 있으며, 또한 이를 방치하면, 당뇨병과 심혈관 질환을 유발해 결국 사망까지 이르게 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사성 증후군의 예방은 체중조절, 운동, 금연 등의 생활습관 치료법을 시행하고, 또한 적절한 식이요법을 통하여 체중증가를 억제함으로써 가능하게 된다. 그리고 정신적, 육체적, 환경적 요인을 잘 조절하여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게 마음을 편하게 하는 건강한 생활도 중요하다.

그러나 일단 위험 요소가 파악되면, 적절한 약물요법을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러 자료에 따르면, 대사성 증후군 환자에 대하여 73-80%는 혈압 강하제를, 64-69%는 고지혈증 저하제를, 34-36%는 혈당 강하제의 처방이 이루어진다. 이 수치는 한 환자가 여러 약물을 복합하여 처방 받는 수치를 포함한 것이다. 따라서 대사성 증후군의 약물 시장은 각각의 성인병에 치료되는 약물 처방을 합하게 되는 시장이므로, 그 규모는 엄청나게 크며, 앞으로 그 증가세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대사성 증후군의 치료는 각 증상에 따라 여러 개의 약물을 한꺼번에 처방하며, 단독으로는 나머지 증상을 완화시킬 뿐이라고 알려져 있다. 빈번히 처방되는 혈압 강하제로는 “노바스크”, 당뇨 치료제로는 “엑토스”, 고지혈증 치료제로는 “리피토”, 비만 치료제로는 “제니칼” 등이 있으며 매우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이 큰 시장을 유지하고 또한 선점하기 위하여 많은 세계적 제약회사들은 자사의 연구개발(R&D) 역량을 극대화하고 있다. 또 이러한 기전에 대하여, 국내 제약사 연구소에서도 세계 글로벌 제약사들의 연구를 따라가는 형태가 아닌, 독자적이고 획기적인 연구에 집중하는 연구소도 있다.



그러나 황당하고 획기적인 발상이긴 하지만, 만약 한 알의 처방으로 죽음의 5중주의 5가지 증상을 치료 및 개선시키는 신약이 수십년 내에 개발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 날 것인가? 전 세계 대사성 증후군을 가진 환자에게 희소식이 될 것이며, 삶의 질 향샹으로 인한 인류 건강에 이바지 하는 등,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결과가 초래될 것이다.

한 알의 약물로 5개의 타깃을 목표로 한다는 것은, 각 약물의 치료 타깃이 다르고, 이에 대한 작용 기전이 틀리며, 또한 약물 상호작용이 문제될 수 있기 때문에, 과학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된다. 더구나 세계 신약개발의 방향이 목표 타깃에 대한 맞춤형 전략으로 진행되고, 또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경향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다른 타깃에서의 이중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운 문제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화성에 인류를 보내려 하는 현재의 과학 기술 발달의 속도로 볼 때, 어쩌면 이 발상이 허무맹랑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는 과학의 진보 아래,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였던 새로운 형태의 질병 치료법이 등장하여, 앞에서 언급한 한 알의 혁신적인 신약이 탄생할 지도 모르는 일이다.



현재 혁신적인 신약개발을 목표로 하는 동아제약 연구소는, 당뇨 관련 여러 개의 타깃에 대하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비만과 고지혈증 관련된 타깃에 대해서도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하여 왔다. 어떤 타깃에 대해서는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 임상을 진행할 정도의 연구가 진행된 후보물질도 가지고 있다.

물론 이 후보물질이 신약으로 인정되기까지는 수많은 역경을 넘어야 하며, 끊임없는 연구와 천문학적 액수의 투자를 필요로 하게 된다. 또한 매 고비를 넘길 때마다 운도 따라야 한다.
“정말로 운이 좋아, 현재 진행되고 있는 비만 및 당뇨 관련 파이프 라인의 후보 물질 중 어떤 화합물이 신약으로 개발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하여, “‘대사성 증후군’ 즉 ‘죽음의 5중주’의 증상을 치료할 수 있는 약물로 발매되면 얼마나 좋을까?” 라고 오늘도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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