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집 없이 사는 이유

머니투데이 전예진 기자 2008.07.15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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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의세계]개그맨 출신 뮤지컬 연출가 백재현 루나틱 컴퍼니 감독

내가 집 없이 사는 이유


어느 시인은 '살아온 기억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고 썼다. 개그맨으로 화려하게 데뷔했다가 뮤지컬 연출가로 돌아온 백재현(38·사진). 한때 빚더미로 자살시도까지 했던 그는 아픈 기억을 이겨내고 뮤지컬 '루나틱'으로 기적을 만들었다.
 
"얼마 전 경남 함안에 공연하러 갔어요. 이름도 처음 들어본 곳인데 거기에도 제 꿈들이 있더라고요. 5년 전 대본을 준비하면서 상상 속에 그려왔던 관객들이 눈앞에 살아 숨쉬고 있는 것을 느낀 순간,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관객은 꿈을 보여주는 존재'라고 말하는 그는 중학교 때부터 뮤지컬 연출가가 되고 싶었다.



"찰리 채플린처럼 소신과 명분이 있는 진실을 바탕으로 한 코미디가 가미된 뮤지컬을 하고 싶었습니다. 코미디는 사회가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윤활유의 역할을 하지요. 시기, 질투, 경쟁에서 벗어나 서로 웃으며 이해하고 마음을 터놓을 수 있게 하는 장르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는 꿈을 위해 지난 2001년 잘나가던 개그맨에서 연출가로 변신에 나섰다. 밤낮으로 뮤지컬 사업에 매달렸다. 하지만 사업실패로 37평 아파트를 날리고 월세방으로 쫓겨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그는 '치매에 걸리지 않는 한 절대로 잊을 수 없는 기억'이라고 했다.

그는 '예술'을 하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앞만 보고 달렸다. 순수한 열정 덕분인지 정신병원 환자들이 각자의 아픔을 치유해가는 과정을 그린 '루나틱'은 2004년 1월 공연을 시작한 이후 4년 동안 60만 명의 관객이 다녀갔다.
 
"지금까지 '루나틱'이 성공할 것이란 생각도 못했습니다. 큰돈을 벌 목적으로 빡빡하게 성공에 날 가둬둔 적도 없고요. 막연하게 최선을 다하면 돈도 따라오고 기쁜 일도 생길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는 작품이 성공을 거두고 나니 오히려 결과보다 과정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고 했다. "평지에서 시작해 산을 오르다보면 꼭대기 밖에 보이지 않지요. 그런데 정상에 올라보면 똑같은 산이 수십 개가 보이거든요. 어느 산을 오르건 오르는 과정에서 정직하고 떳떳하게 오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산 하나를 넘어선 그는 또 다른 산을 향해 한 걸음씩 내딛고 있다. 오는 10월에는 마샬 아츠 태권 퍼포먼스 '패밀리'로 뉴욕 브로드웨이로 진출할 예정이다. "브로드웨이에서 '루나틱'을 공연할 때까지 계속 도전해야죠. 저는 콘텐츠의 가능성으로 해외로 진출할 겁니다."
 
연출가로서의 꿈 외에 개인적인 욕심은 없을까. 그는 "사적인 욕심을 갖지 않는 것이 욕심"이라고 했다. 여전히 월세방에 사는 그는 지금 이대로가 행복하단다. "집은 안 살 거에요. 집이 있으면 삶과 사고방식 등 모든 것이 바뀌거든요. 집이 없으니 누웠다 깨면 작품 생각밖에 안하게 되서 좋기도 하지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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