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투자는 장거리 마라톤, 운동화로 뛰어야

머니위크 황숙혜 기자 2008.07.16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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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 목표치 낮추고 증여는 10년 전에"

지난 13일, 200여 명의 의사들이 대치동 동부금융센터의 대강당을 가득 메웠다. 일요일 오전부터 이어진 투자 세미나에 휴일을 기꺼이 반납한 것.

한국재무설계가 주최한 이날 투자 세미나에서는 올바른 투자자세부터 펀드, 부동산, 증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의 내용이 펼쳐졌다.



◇ 펀드투자는 장거리 마라톤, 운동화로 뛰어라

펀드 선택의 문제는 투자자들의 영원한 고민거리다. 펀드의 홍수속에서 옥석을 가리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기 때문에 각종 매체에 오르내리는 상품이나 유행 펀드에 눈길을 주기 마련이다. 하지만 펀드 투자는 장거리 마라톤과 같다. 따라서 하이힐이 아니라 운동화를 신고 뛰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재룡 한국펀드평가 대표는 "특정 기간 동안 수익률 상위권에 포함돼 신문이나 방송에 자주 언급되는 펀드는 대부분 '하이힐'에 속한다"며 "인사이트펀드나 삼성그룹주펀드, 중소형주펀드 등이 대표적인데 수익률 변동성이 큰 것이 이들의 특성"이라고 말했다.

반면 전체 100개 펀드 중 꾸준히 30위권을 유지하며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는 펀드 중 장거리 마라톤에 적합한 '운동화' 펀드가 있다는 얘기다. 인덱스펀드나 대형주펀드, 글로벌펀드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전체 자산의 80%를 이 같은 '운동화'로 핵심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하이힐'은 나머지 20%로 제한해 위성 포트폴리오로 활용해야 한다고 우재룡 대표는 강조했다.


[사진]투자세미나 현장
펀드투자는 장거리 마라톤, 운동화로 뛰어야


(사진 제공 : 세미나리뷰)

◇ 상품보다 전략, 투자 습관을 바로 잡아라

주식시장이 약세 흐름을 보일 때 대부분 펀드가입이나 직접 투자를 기피한다. 하지만 바닥을 피하려 해서는 투자 기회를 포착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왔다.

떨어졌다 튀어 오르는 공이 뚜렷하게 보이는 시점은 상승속도가 느려지면서 정점에 도달하는 순간과 바닥으로 떨어진 뒤 이미 상당 수준 튀어 오른 후다.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은 찰나이기 때문에 공을 포착할 수 없다.

투자기회도 마찬가지. 대부분의 투자자는 공이 뚜렷하게 보이는 정점에서 투자하기 때문에 손실을 입거나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장기투자를 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우재룡 대표는 "한국 증시의 PER(주가이익률)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하위권으로 떨어졌고 지금이 최적의 바겐세일 기간"이라며 바닥을 피하려 하지 말고 우량주에 투자할 것을 권고했다.

세상은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으며 이는 투자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과거의 잣대로 투자하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는 것.

정복기 삼성증권 PB연구소장은 "10년 전 또는 부모님 세대에 통했던 투자 기법이 여전히 통한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며 유연한 자세를 요구했다.

그는 또 머리속의 가격에 연연해 하다가는 기회를 놓치기 십상이라고 강조했다. 가령 10만원에 투자 기회를 놓친 종목이 11만원으로 상승하면 대부분 손해를 보는 듯한 생각에 매수를 기피하는데 가격이 항상 변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고서는 올바른 투자를 할 수 없다는 얘기다.

가계 재정이 악화되는 것은 재무설계가 부부가 아닌 자녀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자녀의 사교육비가 아니라 부부의 은퇴 설계와 노후 준비를 중심으로 투자와 자산관리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 부동산 투자, 인구구조를 보라

이날 세미나에서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는 다소 우울한 전망이 나왔다. 최근 몇 년 동안 나타났던 급격한 상승과 이로 인한 부동산 불패 신화는 되살아나기 힘들다는 것. 인구구조의 변화에 따라 향후 아파트 시장은 지역별, 면적별로 차별화 현상이 뚜렷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재언 삼성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금리가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개인 구매력이 줄어드는 추세이고 지난 몇 년간 주택 가격 상승으로 인해 가격 수준이 이미 높은 상태"라며 "주택 가격의 급상승은 기대하기 힘들고 하반기까지 하향 안정세가 나타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시장 전반적으로 부동산 가격의 대세상승이 힘든 요인에는 성장률과 고용, 소득 증가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특히 인구구조의 변화가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미 고령화가 진행 중인 한국은 2015년부터 인구 감소가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와 동시에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것. 이 때 개인연금을 포함해 은퇴 준비가 미흡한 베이비붐 세대가 보유중인 주택을 줄일 가능성이 크고 여기서 나오는 매물을 30~40대가 모두 소화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얘기다.

김재언 연구위원은 "2015년을 전후로 주택시장의 수급에 상당한 변화가 생길 것"이라며 "일본 대도시 주변의 신도시가 쇠퇴한 것이나 전원주택이 슬럼화된 것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인구 증가 지역과 감소 지역을 구분해 투자를 하되 대규모 도시개발 계획이 세워진 지역도 레저시설보다 산업화 중심의 개발이 이뤄지는 곳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 증여, 빠를수록 세금 줄인다

재산의 크기와 상관없이 누구나 싫어하는 것이 세금이다. 옛 부터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라고 하지 않았던가.

원종훈 국민은행 GOLD&WISE 세무사는 "사전 증여 계획만 잘 세워도 상속세를 크게 줄일 수 있다"며 "배우자증여나 부담부증여 또는 부친에게 증여한 후 다시 상속받는 등 부동산 물건에 따라 적합한 증여 전략이 따로 있다"고 말했다.

증여는 상속세보다 세금 부담이 적지만 제대로 효과를 보려면 사망 10년 전에 마쳐야 하는 것이 기본이다. 사망 시점부터 10년 이내에 증여한 부동산은 상속세에 합산해서 과세하기 때문이다.

같은 금액을 증여하더라도 아들과 딸 대신 며느리와 사위에게 증여하는 편이 세액을 줄이는 데 유리하다. 가령 양가 부모가 아들과 딸에게 3억원 씩 증여할 때 증여세는 7920만 원인데 반해 3억 원 중 2억 원을 며느리와 사위에게 증여하면 세금이 4770만 원으로 줄어든다.

배우자 증여의 경우 6억원까지 증여세 부담이 없다는 점을 이용하는 한편 자녀에게 증여할 때도 배우자 증여 과정을 거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부담부증여의 경우 채무를 인수하는 조건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증여세는 크게 줄어들지만 양도소득세 부담이 발생하기 때문에 매매 차익이 적은 부동산에 한해 이용해야 한다. 이밖에 1세대 다주택자의 경우 부친에게 증여한 후 다시 상속을 받는 방법으로 중과세를 피할 수 있다.

최근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이 동반 하향 추세를 보이는 가운데 열린 이날 세미나에서는 어떤 자산이든 기대수익률을 낮추고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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