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반의 '이사', 과연 좋은걸까

장선명 엔터웨이파트너스 이사 2008.07.14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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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관리 A to Z]느림의 미학에 대해

30대 중반의 '이사', 과연 좋은걸까


2008년도 어느덧 반 이상 지났다. 올 한 해를 정복하여 나의 해로 만들겠다는 야무진 목표와 계획들을 많이 세웠으리라.

다이어트를 목표로 한 사람, 내 집 마련을 목표로 한 사람, 또는 멋진 이직을 준비하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만큼 그 목표도 다양하다. 세상은 하루 하루가 너무 빨라지고, 경쟁도 치열하고, 스피드 경영이 주목 받고 인정받는다.
 
속도와 정보에서 뒤지면 세상경쟁에서 낙오되고 도태라도 되는 듯 빨리빨리가 생활 속 곳곳에 배어있다. 쓸만한 핸드폰 교체주기는 1년도 채 되지 않고, CMA MMF 각종 펀드니 알아야 할 경제며 재테크 상식도 넘쳐나 현대인들의 몸과 마음을 더욱 바쁘게 만들고 있다.
 
어릴 적 시골에서 자라난 필자는 태생적으로 느리다. 물론 업무며 스케줄은 나름대로(?) 철저하게 챙기지만 업무 외적인 생활에서는 느린 편이다. 밥도 천천히 먹고, 걸음걸이도 느리며 말 또한 느리다. 물론 주변사람은 가끔은 이렇게 느린 필자 때문에 원치 않은 기다림의 여유(?)를 즐겨야 한다.
 
필자는 주말이면 종종 인사동을 산책한다. 운 좋으면 맘에 드는 전시회를 무료로 보는 행운을 얻기도 하고, 옛날 임금님이 후식으로 드셨다던 1만6000 갈래로 만든 꿀 타래도 맛보고, 걷다가 힘들면 차도 한잔 하면서….
 
기업에 인재를 추천하는 일이 직업인 필자에게 이러한 느림은 때때로 단점으로 작용할 때도 있다. 의뢰 받은 후 신속한 조사를 통해(일반적으로 1주일~10일 소요) 기업에서 원하는 시간에 맞추어 인재를 추천해야 한다.

물론 기간에 여유를 주는 기업도 있지만, 때때로 회사 자체적인 공채나 내부 추천이 힘들 경우 2∼3일 내 추천을 요구하는 기업도 있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정중히 사양하지만 오랜 파트너십으로 일한 고객사에서 내부사정상 급하게 의뢰할 때는 사양하기 힘들다. 이렇게 촉각을 다투어 일을 하다 보니 적합한 후보자를 추천하기가 힘든 경우가 종종 생긴다.
 
후보자들은 후보자대로 점점 참을성이 없어진다. 10여 년의 경력 동안 5∼6번의 이직이 있는 후보자, 입사도 빠르고 또 아니다 싶으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이직을 결정하는 후보자…. 이러한 후보자를 어떻게 자신 있게 의뢰기업에 추천할 수 있을까.



또한 요즘은 승진도 점점 빨라지는 추세다. 외국계의 경우 30대 중반인데 이사 타이틀을 단 사람을 보면 걱정부터 된다. 40이 넘으면 어떤 타이틀을 달아야 하나. 그러다 보니 40대 중반이 되어서 20여 년간 한 직장에서 일한 후보자의 이력서를 받는 경우 천연기념물 같은 생각이 들며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 질 때도 있다.
 
일본을 통일한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인생이란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가는 것이다. 서두르지 말라'는 말을 남겼다. 그는 74세까지 살았다. 당시 기준으론 장수다. 반면 '새가 울지 않으면 죽여라' 라고 외친 오다 노부나가는 급한 성질 탓인지 48세에 숨졌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현대인들에게 빨리 빨리는 살아남기 위한 무기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 템포 늦게 간다고 결코 뒤쳐지지 않는다. 우리네 인생은 그렇게 짧지 않다. 움 추린 개구리가 더 멀리 뛴다. 아무리 꼬물대고 느린 걸음이지만 달팽이는 결국 비를 피하고, 소는 넓은 논의 이랑을 모두 멘다. 빨리 걸으면 먼저 볼 수 있지만, 모든 걸 다 볼 수는 없다. (www.nterw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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