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정신차려라"…늑장보고 호된 질책

송기용 기자 2008.07.12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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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관계장관회의 개최, "진상규명…국민에 공개"

"이번 사건이 대통령인 나에게 보고되는 데 무려 두 시간 이상이 걸린 것은 정부 위기대응시스템에 중대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12일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소집한 관계장관 회의에서 정부와 청와대의 무사안일한 대처를 호되게 질책했다.



이상희 국방장관, 유명환 외교통상부장관, 김하중 통일부장관, 김성호 국정원장, 김성환 외교안보수석 등 회의 참석자들은 이날 약 두 시간 동안 진행된 회의 내내 진땀을 흘려야 했다.

금강산 관광객의 총격 사망이라는 전대미문의 사건과 관련, 이 대통령은 회의 서두에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북한 당국을 강하게 비판했다.



"육안으로 식별이 가능한 시간대에 저항능력도 없는 민간인 관광객에게 총격을 가해 소중한 생명이 희생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도 했다. 전날 남북 당국간 전면적 대화를 제의하며 기존 대북노선을 수정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그러면서 정부 당국에 신속한 진상규명과 후속 대책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과 관계된 일인 만큼 조속한 진상규명과 함께 한 점의 의혹도 없도록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국민께 소상히 공개하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장시간 동안 늑장보고 문제를 거론하며 참석자들을 엄하게 꾸짖었다.


"이번 사건이 현대 측에 의해 통일부에 보고되고, 청와대 관련 비서관을 통해 대통령인 나에게 보고되는 데 무려 두 시간 이상이 걸렸다"면서 "정부 위기대응시스템에 중대한 문제가 있음이 확인됐다"고 질책하고 "위기대응시스템의 개선 방안과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자국 국민이 피격당해 숨진 날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총질을 한 북한 당국에 대화제의라는 유화 제스처를 취했어야 했냐는 여론의 강한 반발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늑장보고로 연설문 수정 등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는 전날 "정부의 큰 정책방향을 밝히는 일을 (피격사건 때문에) 즉흥적으로 바꿀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관광객 사망 후에도 대통령 연설을 강행할 수 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늑장보고 의혹에 대해서도 "대통령에게 확인도 없이 보고할 수 있냐"며 "보다 정확한 확인절차를 거치느라 보고가 늦어졌다"고 국민여론과 일반상식에서 동떨어진 해명으로 일관해 빈축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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