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의 재구성"(종합)

머니투데이 강기택 기자 2008.07.12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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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을 방문했던 관광객이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11일 긴급 브리핑을 통해 "오전 5시쯤 금강산 특구 내 해수욕장 인근에서 서울 노원구에 거주하는 박왕자씨(53ㆍ여)가 북한군에 의해 총을 맞아 숨졌다"고 밝혔다.

박씨는 지난 9일 친구들 3명과 함께 2박3일 일정으로 금강산 관광을 떠났다. 그러나 박씨는 살아서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북측이 현대아산에 통보한 내용에 따르면 박씨는 장전항 북한 군 경계지역내 기생바위와 해수욕장 중간지점에서 북측 초병의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

사건을 재구성하면 이렇다. 박씨는 오전 4시 30분쯤 숙소인 비치 호텔에서 나갔다. 비치호텔 로비 CCTV에 박씨 모습이 찍혀 있어 박씨가 빠져 나간 시간이 확인 가능했다.



숙소를 나온 박씨는 금강산 해수욕장으로 향했고 약 1.5㎞의 해변을 걸었다.그리고 2m 높이의 녹색펜스를 넘어 북한군 경계지역으로 들어가 기생바위쪽으로 1.2Km를 걸어갔다.

이때 북한 초병이 박씨를 발견하고 '정지'명령을 내렸다. 당황한 박씨는 초병의 요구에 응하지 않고 반대 방향으로 뛰기 시작했다.

북한 초병은 처음에 공포탄을 발사한 뒤 나중에 조준사격을 했고 박씨는 가슴과 다리에 부발의 총탄을 맞고 숨졌다. 해수욕장과 북한군 경계지역을 가르는 펜스로부터 200m 남짓 떨어진 지점이었고 시간은 새벽 5시 무렵으로 추정된다.


박씨의 시신이 최초로 안치됐던 속초병원은 사망원인이 흉부 총상에 의한 호흡부전이라고 밝혔다. 등 뒤에서 날아 온 탄환이 가슴을 관통했고 이로 인해 호흡곤란과 과다출혈 등으로 사망했다는 설명이다.

이후 박씨의 시신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 옮겨졌으며 국과수가 정확한 사인을 조사중이다.



이날 북한 명승지 개발지도국은 사고가 발생한 뒤 4시간여가 지난 이날 오전 9시 20분께 사고 사실을 현대아산측에 통보했다. 그러나 북측은 금강산관광의 주무부서인 통일부에는 직접 알리지는 않았다.

현대아산은 사망사고를 전해 듣고 직원과 금강산병원장을 보내 현장을 확인하고 시신을 수습하도록 했다.

현대아산 금강산사업소는 오전 11시20분에 본사에 사고사실을 보고했고 현대아산측은 10분 뒤인 오전 11시30분 통일부 등 정부당국에 사고사실을 알렸다. 박씨의 시신은 오후 1시쯤 남북 출입국사무소를 통해 속초로 옮겨져 속초병원 영안실에 안치됐다.



현대아산은 박씨가 금강산 관광을 떠나면서 자동적으로 여행자 보험에 가입됐기 때문에 최대 1억원까지 보상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알려진 사고경위는 북한측의 일방적인 설명일 뿐이다.

북측의 주장에 따를 경우 박씨가 왜 이른 새벽에 군 경계지역으로 들어갔는지, 어떤 상황에서 발포가 이뤄졌는지, 사망사실 통보가 왜 지연됐는지 등 설명이 되지 않는 부분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홍양호 통일부 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관계부처 합동 대책반을 구성해 진상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현대아산 역시 정부와 협조해 진상을 규명하고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통일부는 12일부터 금강산 관광을 잠정 중단키로 했으며 현재 금강산에 남아있는 관광객은 예정된 일정을 마친 뒤 귀환하도록 했다.

현대아산은 현재 정상적으로 관광을 진행중이며 해수욕장은 안전조치를 위해 진입을 차단했다. 현대아산은 또 조기 귀환을 원하는 관광객들은 우선 귀국시킬 방침이다.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은 12일 진상조사를 위한 금강산 현지를 방문할 계획이며 방북에 앞서 이날 오전 9시40분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빌딩 1층 로비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현대아산의 입장을 설명할 계획이다.

한편 현대아산은 이번 사고로 17일로 예정된 개성공단의 북측 운영 식당 개관식 행사 참석을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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