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 설립에 따른 국민은행 주식이전을 반대하는 주주들이 대거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국민은행은 지주회사 전환에 성공하더라도 상당기간 그 후유증에 시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발표 전날 국민은행 종가는 6만9200원으로 주식매수청구가격과의 차이는 무려 6000원이나 났다. 이때문에 당시 은행측도 주가가 지주회사 전환의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치 못했다.
이같은 상황에 국민은행의 속은 타들어 가고 있다. 현 주가와 주식매수청구가격과의 차이가 커지면 커질수록 주주들은 그 차액을 노리고 다음달 25일 예정된 임시주총에서 주식이전 반대에 표를 던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임시주총에서 주식이전안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총 발행주식 1/3이상의 찬성과 참석주식수 2/3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만약 모든 발행주식이 주총에 참석한다고 해도 1/3 이상이 '반대표'를 던지면 자동으로 지주회사 설립이 무산된다. 이 경우 국민은행의 지주회사 설립은 뒤로 미뤄질 수 밖에 없다. 지금도 '지주사 전환이 늦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국민은행 입장에서 이는 상상하기 싫은 시나리오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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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스로 주주의 2/3 이상이 '찬성표'를 던져 지주회사 설립이 가능케 돼도 걱정은 여전하다. 최악의 경우 1/3에 가까운 주주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다면 국민은행은 이를 모두 사줘야 한다.
주식매수청구가격 6만3293원을 기준으로 국민은행의 시가총액은 21조2904억원이다. 여기에 전체 주주의 1/3이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들에게 오는 9월까지 지급해야 하는 금액은 7조968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사상최대를 기록했던 순이익 2조7000억원의 2배를 훌쩍 뛰어넘는거액이다.
이럴 경우 지주사 설립에 성공해도 거액의 비용부담 때문에 추후 전개될 금융기관간 인수합병(M&A)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주가하락으로 궁지에 몰린 국민은행이 앞으로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가부양 △주식매수청구가격 조정 △지주회사 전환시기 연기 등 크게 3가지로 보인다.
일단 자사주 매입의 경우 단기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점쳐진다. 그러나 이 역시 막대한 재원이 들 뿐 아니라 매입 후 결과(주가수준)를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다.
주식매수청구가격을 조정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법적으로 가격조정은 가능하지만 이같은 선례가 지금까지 없었고, 외국인 투자자를 포함한 주주들에게 신뢰감을 잃을 수 있다는 점에서 선뜻 택하기 쉽지 않은 방법이다.
금융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국민은행이 일부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대비해 여러 방안을 구상하고 있지만 (실행에 옮기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올들어 외국인 지분율이 지난해 최고 85%에서 10%포인트 이상 하락하면서 그만큼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주주비중이 높아졌다”며 “국민은행이 이들 기관을 대상으로 설득에 나서도 다양한 성격의 투자자들이 많이 그 결과는 섣불리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금융지주사의 고위관계자는 "정부가 지주회사 설립을 허가했는데 정작 설립에 실패한다면 이상한 모양새가 될 것"이라며 "국민은행은 어떻게든 지주사 설립을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임시주총에서 안건이 통과되려면 주식매수청구가격 조정이 필요할 것 같다"며 가격조정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한편 일각에서는 국민은행 주가가 6만1000원대 이상만 회복한다면 국민은행의 고민이 한층 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주식매수청구권은 일단 장외거래로 간주되므로 거래세 및 양도차익에 대한 양도세가 부과된다.
매수청구가와 현 주가의 간격이 좁혀질 수록 이같은 세금부담이 부각돼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주주의 수가 줄어들 수도 있다.
그러나 당초 저가매수했던 주주가 세금부담을 피하기 위해 기준일 직전 주식을 매도한 뒤 다시 사들여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방법을 이용한다면 이같은 전망도 무의미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