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銀, 지주사 전환자금 최대 7조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2008.07.13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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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매수청구권 대거 행사 시 은행부담 '눈덩이'

오는 9월 KB금융지주 출범을 계획중인 국민은행은 최악의 경우 지주회사 전환소요자금으로 최대 7조원 가량을 쏟아부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지주 설립에 따른 국민은행 주식이전을 반대하는 주주들이 대거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국민은행은 지주회사 전환에 성공하더라도 상당기간 그 후유증에 시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4월30일 국민은행은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위해 설립될 KB금융지주와 1대1 주식교환 방침을 발표하고, 이같은 결정에 반대하는 주주들에게 주식매수청구권(주당 6만3293원)을 부여했다.

발표 전날 국민은행 종가는 6만9200원으로 주식매수청구가격과의 차이는 무려 6000원이나 났다. 이때문에 당시 은행측도 주가가 지주회사 전환의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치 못했다.



그러나 이후 증권시장이 급락하면서 국민은행 (0원 %) 주가는 한때 5만원대 중반까지 밀렸고, 지난 주말 가까스로 반등에 성공했지만 아직 주가는 6만원을 하회하고 있는 상태다. 현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가격과 4000원가량 차이가 나자 일반투자자들까지 '단기 투자수단'으로 국민은행 주식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 국민은행의 속은 타들어 가고 있다. 현 주가와 주식매수청구가격과의 차이가 커지면 커질수록 주주들은 그 차액을 노리고 다음달 25일 예정된 임시주총에서 주식이전 반대에 표를 던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임시주총에서 주식이전안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총 발행주식 1/3이상의 찬성과 참석주식수 2/3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만약 모든 발행주식이 주총에 참석한다고 해도 1/3 이상이 '반대표'를 던지면 자동으로 지주회사 설립이 무산된다. 이 경우 국민은행의 지주회사 설립은 뒤로 미뤄질 수 밖에 없다. 지금도 '지주사 전환이 늦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국민은행 입장에서 이는 상상하기 싫은 시나리오 중 하나다.


가까스로 주주의 2/3 이상이 '찬성표'를 던져 지주회사 설립이 가능케 돼도 걱정은 여전하다. 최악의 경우 1/3에 가까운 주주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다면 국민은행은 이를 모두 사줘야 한다.

주식매수청구가격 6만3293원을 기준으로 국민은행의 시가총액은 21조2904억원이다. 여기에 전체 주주의 1/3이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들에게 오는 9월까지 지급해야 하는 금액은 7조968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사상최대를 기록했던 순이익 2조7000억원의 2배를 훌쩍 뛰어넘는거액이다.

이럴 경우 지주사 설립에 성공해도 거액의 비용부담 때문에 추후 전개될 금융기관간 인수합병(M&A)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주가하락으로 궁지에 몰린 국민은행이 앞으로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가부양 △주식매수청구가격 조정 △지주회사 전환시기 연기 등 크게 3가지로 보인다.

일단 자사주 매입의 경우 단기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점쳐진다. 그러나 이 역시 막대한 재원이 들 뿐 아니라 매입 후 결과(주가수준)를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다.

주식매수청구가격을 조정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법적으로 가격조정은 가능하지만 이같은 선례가 지금까지 없었고, 외국인 투자자를 포함한 주주들에게 신뢰감을 잃을 수 있다는 점에서 선뜻 택하기 쉽지 않은 방법이다.

금융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국민은행이 일부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대비해 여러 방안을 구상하고 있지만 (실행에 옮기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올들어 외국인 지분율이 지난해 최고 85%에서 10%포인트 이상 하락하면서 그만큼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주주비중이 높아졌다”며 “국민은행이 이들 기관을 대상으로 설득에 나서도 다양한 성격의 투자자들이 많이 그 결과는 섣불리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금융지주사의 고위관계자는 "정부가 지주회사 설립을 허가했는데 정작 설립에 실패한다면 이상한 모양새가 될 것"이라며 "국민은행은 어떻게든 지주사 설립을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임시주총에서 안건이 통과되려면 주식매수청구가격 조정이 필요할 것 같다"며 가격조정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한편 일각에서는 국민은행 주가가 6만1000원대 이상만 회복한다면 국민은행의 고민이 한층 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주식매수청구권은 일단 장외거래로 간주되므로 거래세 및 양도차익에 대한 양도세가 부과된다.

매수청구가와 현 주가의 간격이 좁혀질 수록 이같은 세금부담이 부각돼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주주의 수가 줄어들 수도 있다.

그러나 당초 저가매수했던 주주가 세금부담을 피하기 위해 기준일 직전 주식을 매도한 뒤 다시 사들여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방법을 이용한다면 이같은 전망도 무의미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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