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피격사건의 재구성 '미스터리' 투성이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2008.07.11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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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금지구역 2m높이 철조망 넘어간 것부터 납득어려워

금강산에서 북한 초병으로부터 피격돼 숨진 박왕자씨와 사건을 둘러싼 정황들이 온통 미스터리 투성이다.

통일부는 11일 브리핑에서 "오전 5시쯤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가 북측 구역 내 기생바위와 해수욕장 중간지점에서 북측 초병의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발표 내용만 보면 의문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이른 새벽 혼자 숙소 밖을 나선 이유부터가 분명치 않다. 새벽 산책을 나섰다고 생각하면 그만이지만 관광지 출입금지 경계로부터 1.2km나 떨어진 북측 초소 부근까지 걸어간 건 납득이 가지 않는다.



또 북측 초병의 제지를 받아 해수욕장 방향으로 1km를 되돌아온 지점에서 시신이 발견된 것도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단순히 거리상으로 보면 숙소에서 200m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더욱이 출입금지 경계선에는 높이 2m가 넘는 철조망이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박씨가 철조망을 넘어갔다는 것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 쉽지 않은 일이며 의도적으로 넘어갔다는 건 설명이 쉽지 않다.



북측은 박씨가 철조망을 넘어와 초병이 수차례 정지 명령을 내렸는데도 도망을 가 사격이 이루어졌다고 현대아산에 설명을 해왔다.

그곳 해안은 남측 관광객이 텐트를 치고 피서를 즐기는 곳이다. 완벽하게 노출된 곳에서 사격이 이루어졌고 이런 사실이 전혀 남측에 알려지지 않았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부문이다.

조준 사살이 이루어지려면 표적의 형태가 비교적 분명해야 하는데 50대 여성을, 그것도 남측 관광객을 몰라봤을 리 없다는 지적이다. 북측의 설명을 근거로 표면적으로 해석하면 북한 초병이 전투병이 아닌 민간인을 상대로 과잉 반응을 했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북측이 총을 쏜 후 6시간이나 뒤인 오전 11시경 현대에 통보한 것도 석연치 않다. 6시간 동안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려진 사실이 전혀 없다. 사건의 시나리오를 만들기 위해 소요된 것일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는 대목이다.

모든 게 미스터리다. 해결의 관건은 남측의 조사에 대한 북의 성실한 협조다. 그러나 사건 발생에서부터 통일부의 발표에까지 정황을 보면 북이 쉽게 협조를 해줄 가능성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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