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시장, 규제완화에도 '시큰둥'

머니투데이 원정호 기자, 송복규 기자, 정진우 기자 2008.07.11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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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가 더 무서워" "시행시기 나와야 시장 움직여"

↑개포동 주공1단지 중개업소 밀집지역↑개포동 주공1단지 중개업소 밀집지역


"재건축 규제 완화 얘기는 어제 오늘 나온 것이 아니어서 시장이 선뜻 움직이지를 않네요."(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W공인)

11일 오후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 단지내 상가. 국토해양부가 전날 재건축 규제 완화 의지를 천명했지만 이 지역 중개업소들은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이 한가한 모습이었다. 웬만한 호재에 민감하게 반응하던 참여정부 때의 시장 상황과 사뭇 딴판이었다. 국토부의 재건축 완화 발언이 대선 공약 수준에서 진전된 게 없다며 평가 절하하는 분위기다.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재건축 완화를 밝히지 않는 이상 시장에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자조섞인 얘기도 나온다.



◆"규제완화는 알려진 호재..매수세 불 못지펴"

개포1단지 인근 D공인중개 관계자는 "정부가 규제 완화 방침을 밝혔지만 평소와 비슷하게 문의전화만 2~3통 받았다"면서 "(규제완화가) 언제될 지 모르기 때문에 시행 시기 등 구체적인 계획이 나와야 시세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개포주공 1단지 42㎡는 7억3000만~7억4000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이는 올 초 7억7000만~7억8000만원보다 4000만원 가량 하락한 것이다.

1~2년 전만 해도 재건축 완화 조짐만 보이면 하루 이틀 새 5000만원~1억원이 쉽게 움직이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강남 시장이 이 같이 무덤덤해진 데는 최근의 경기 침체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개포부동산공인 관계자는 "금리는 오르는데다 경기는 안좋고 대출규제마저 묶여 매수세가 실종되다시피 했다"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스태그플레이션과 같은 악재에 워낙 짓눌려 규제완화 등의 호재가 예전과 같은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게 중개업소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규제완화 기대수준은 높아져

현재로선 좀 더 지켜보자는 반응이 우세하지만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 수준은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소형평형과 임대주택 의무비율에 막혀 사업을 중지한 강남 청담동 삼익아파트 조합원 백모(46)씨는 "정부의 규제 완화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규제가 완화되면 재건축을 다시 재개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완화는 민생 규제 개선차원에서 시급하다는 게 조합장들의 설명이다. 강남의 한 재건축단지 조합장은 "과다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사람 가운데 금리 부담에 집을 팔고 싶어도 못 파는 사람이 적지 않다"면서 "이들의 거래 숨통을 터주는 것은 정부가 민생고를 덜기 위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분양가상한제 완화에 건설업계는 한숨 돌려

정부의 분양가상한제 규제 완화 방침에 건설업계는 한숨 돌렸다는 반응을 보였다. 택지비와 가산비를 동시에 손질하는 큰 폭의 수정안인 만큼 그동안 손을 놨던 신규 사업을 추진할 발판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S건설 관계자는 "수도권 토지는 대부분 감정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데,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면서 이를 보전할 방법이 없어 신규사업 추진이 불가능했다"며 "정부가 토지 매입비를 인정해주면 주택 공급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중장기적으로는 볼 때 긍정적이지만 당장 민간주택 공급이 늘어나는 등 단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주택 수요가 움직일 수 있도록 세제와 대출 규제를 먼저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올들어 주택 공급량이 급감한 요인은 얼어붙은 주택 수요 때문"이라며 "미분양이 안 팔리고 입주단지에서 잔금이 안 들어오면 택지비를 100% 인정해줘도 자금난으로 신규 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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