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이렇게 안 풀릴 수가.." 금강산 피격에 '당혹'

머니투데이 송기용 기자 2008.07.1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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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 "남북당국 전면대화 제의"
- 종전 입장 뒤집은 대북정책 획기적 전환
-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망으로 대북제안 빛바래

11일 오후 2시20분, 국회 본회의장 연단에 이명박 대통령이 섰다. "북한에 제의합니다. 남북당국의 전면적인 대화가 재개돼야 합니다"



이 대통령은 이날 18대 국회 개원연설을 통해 전면적 남북대화를 제안했다. 그는 "과거 남북 간에 합의한 7.4 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비핵화공동선언, 6.15공동선언, 10.4정상선언을 어떻게 이행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 북측과 진지하게 협의할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李대통령, 남북대화 제의..북한카드 꺼내
이날 제안은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집권 시절 체결된 남북정상간 합의를 사실상 인정하지 않았던 종전 입장을 뒤집은 것으로 대북정책의 획기적 전환으로 해석된다.



현 정부가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남포 조선소 건설 등 작년 10.4 정상선언 합의사안을 진보정권의 '대북 퍼주기'로 비난하면서 북측과 날카로운 대립각이 생겼던 것을 생각하면 발상의 전환이라고 할 만한 변화다.

언론은 6자회담 진전과 미국-북한 정권의 급속한 교류확대에 당혹한 대통령이 북측에 유화 제스처를 보낸 것으로 해석하고 이날 국회 개원연설의 최고 이슈로 보도했다.

그로부터 채 1시간도 지나지 않은 오후 3시6분. 금강산 관광객이 북한군의 총격으로 사망했다는 속보가 떴다. 개원연설을 마친 이 대통령이 국회의장실에서 여야 정당 대표들과 환담을 나눌 때였다.


이 대통령의 대북 대화제의를 주요 뉴스로 보도하던 언론은 금강산 관광객 피격설로 술렁였다. 관심은 대통령이 과연 몇 시에 이 사안을 보고 받았는지, 그리고 사전에 보고 받았다면 대화제의가 담긴 연설을 강행한 배경은 무엇인지에 집중됐다.

李대통령, 피격 사실 사전에 보고받아
청와대는 대통령이 국회 개원연설 전에 금강산 피격 사건을 보고받아 알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현대아산 측에서 금강산에서 한국 관광객이 피격, 살해됐다는 사실을 통일부에 알려 온 게 오늘 오전 11시30분이고 이후 확인 절차를 거쳐 대통령에게 관련 사실이 보고됐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개원연설을 위해 국회로 떠나기 전에 관련 사실을 보고 받았다"면서도 정확한 보고시간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20분부터 국회에서 개원연설을 했고, 이에 앞서 1시55분쯤 청와대를 떠났다. 이와 관련,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오늘 오후 1시 반쯤 관련 사실을 보고받았다"고 말했다.

피격 사실을 알고서도 북한에 대화를 제의한 것과 관련 "희생자가 발생한 것은 안타깝지만 정부의 큰 정책방향을 밝히는 일을 (피격사건 때문에) 즉흥적으로 바꿀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답했다.



그는 '단순한 사고라고 판단해 연설문을 고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기본적으로 심각한 사안이지만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예단하기 어렵고 정확한 진상도 파악되지 않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이미 결정된 큰 틀의 대북정책 방향을 짧은 시간 안에 바꿀 수는 없다"고 말했다.

"피격사건과 대북 제의는 별개..대화 유효"
청와대는 "이 대통령의 북한 당국에 대한 대화 제의와 금강산 피격사건은 별개의 사안"이라고 말해 대화제의가 유효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금강산 피격 사건은 정부가 진상을 정확히 조사한 뒤 대책을 낼 것"이라며 "북측에 대화를 제의한 이 대통령의 개원 연설과 금강산 사고를 연결시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공교롭게 미묘한 시기에 두 사안이 겹쳐 이런 저런 관측이 나올 수 있겠지만 개원 연설은 남북관계를 이렇게 갖고 가겠다는 큰 구상을 밝힌 것 인 만큼 본적으로 별개 사안이라는 점을 이해해 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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