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양복의 '굴욕'

머니투데이 박희진 기자 2008.07.14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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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정찰제·경기불황·쿨비즈 '3중고'에 천덕꾸러기 전락

백화점 양복의 '굴욕'


경기 급랭을 알리는 적신호가 곳곳에서 켜지고 있지만 백화점은 여름세일을 맞아 쇼핑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그러나 유독 '울상'인 곳이 있다. 바로 신사복 매장이다.

신사복은 한때 '남성 패션'의 백미로 꼽혔지만 가격 정찰제(그린프라이스 제도)에 경기침체, 쿨비즈 운동 등 '3중고'가 겹치면서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신사복 시장이 침체기에 허덕이면서 브랜드 파워나 자금 여력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 브랜드들은 백화점 입점을 지속해야하느냐를 놓고 갈등의 기로에 서 있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한 편이다.

13일 신세계 (156,000원 ▼300 -0.19%)백화점에 따르면 여름 정기 세일을 맞아 올해 첫 '시즌 오프' 행사를 전개한 신사복 매출은 지난 6월27일부터 7월8일까지 전년대비 2.8% 역신장했다. 같은 기간 백화점 전체 매출이 10.6% 신장한 것과 크게 대조된다.



신사복 매출 부진은 롯데쇼핑 (62,200원 ▼200 -0.32%)도 마찬가지. 롯데백화점은 지난 6월27일부터 7월9일까지 여름 정기 세일 기간 신사복 판매 현황을 조사한 결과, 매출이 전년대비 5.5% 증가했다. 마이너스 신장은 아니지만 백화점 전체 매출 신장률이 11.8% 증가한 것에 비하면 부진한 결과이다. 특히 캐주얼 등을 포함한 전체 남성복 부문 매출이 21.5% 증가한 것에 비하면 신사복의 매출은 바닥세라고 할 수 있다.

루이비통, 샤넬, 구찌 등 수입 사치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패션, 잡화 등을 중심으로 백화점이 세일 특수를 누리고 있지만 신사복 매장만 세일이 무색할 정도로 판매가 부진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신사복 매출이 부진한데는 가격 정찰제, 경기불황, 쿨비즈, 패션 트렌드 변화 등 여러 가지 요인이 맞물려있다.


가격 정찰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롯데백화점 주도로 진행된 가격 정책. 지나치게 잦은 세일을 줄이고 가격 자체를 낮춰 가격 신뢰를 얻겠다는 조치였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노세일' 정책에 오히려 지갑을 더 닫아 버려 매출 부진만 초래했다.

또 살인적인 고유가, 고물가 등 경제 여건 악화로 인한 불황도 신사복에 직격탄을 날렸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고유가에 기업내 넥타이와 양복 대신 노타이, 반소매 티셔츠를 입는 '쿨비즈' 운동이 확산되면서 신사복 수요는 더욱 줄었다. '캐주얼'을 선호하는 남성복의 패션 트렌드 변화도 정장 매출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

패션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은 브랜드가 다양하고 가두점 매장 확대 등으로 대응하고 있어 전체 신사복 매출은 전년대비 보합 수준은 유지하고 있다"며 "그러나 중소브랜드의 경우 매출 부진에 수지 문제로 백화점 입점 자체를 포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곳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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