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 이번엔 '진짜' 바닥일까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2008.07.10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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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급문제는 정점 지나…매크로와 정책변수가 여전히 문제

1400대로 떨어졌던 코스피지수가 1530선을 회복하며 상승 마감했다.

지난해 4월10일 이후 1년3개월만에 처음 1400대로 떨어진 뒤 전날 종가보다 1% 이상 상승함에 따라 바닥확인 심리가 부상할 수 있는 상태다.

이틀전 연저점(1537선) 붕괴보다 1500선이라는 특정레벨이 무너지면서 보다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떨어질 만큼 떨어졌다'는 인식이 나올 수 있다.
장중 저점(1485.44) 대비 고점(1542.34)의 차이가 3%에 달하는 장대 양봉이 생기면서 차트분석가의 입장에서는 '바닥 확인'을 외치고 싶은 충동을 참을 수 없는 일이 될 것이다.



이날 지수 반전에는 연기금의 힘이 컸다. 연기금은 지난 3일 1600선이 붕괴되던 날 이후 다시 1000억원대 주식을 순매수하며 8일 연속 순매수에 나섰다.

이날 증권가에서는 장 시작 전부터 정부당국이 증시 개입에 나설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고 일부 리서치센터장이 간담회를 갖는 등 인위적인 조치가 취해졌다.



외국인이 이날도 5287계약의 지수선물을 순매수하면서 5일간 2만1503계약을 순매수했다. 지난 6월 쿼드러플위칭데이 이후 9월물 누적 순매수가 2만3420계약에 달하면서 6월물에서 9월물로 롤오버한 것으로 추정되는 매도포지션(3만3000계약)의 2/3 이상을 되감았다.

조윤남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외국인이 주식현물 순매도 행진을 멈출 기색이 없지만 지수선물 순매수를 강화하는 것에 비추어 바닥이 임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지난 1월과 3월 저점 전에도 외국인이 지수선물 순매수부터 시작했다"고 말했다.

외국인이 이날까지 24일 연속 주식 순매도 행진을 이어가면서 사상최장기간 연속 순매도 기록과 타이를 이뤘지만 순매도 행진이 무한대로 지속될 수 없을 것으로 본다면 외국인의 주식 매도공세도 끝물일 가능성이 있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분석팀장은 "글로벌 매크로 문제, 국내의 변화된 정부정책 변수, 그리고 수급상황의 3가지 문제 중에서 수급문제는 실마리가 풀릴 수 있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외인 매도세가 길어진만큼 순매수 전환 시점이 임박할 수 있으며 기관의 로스컷 매물과 담보부족에 따른 개인 손절매도 어느 정도 소화됐기 때문에 과매도 클라이맥스가 정점을 지났다는 분석이다.



장중 8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던 프로그램 매수차익잔고 또한 옵션만기 동시호가에서 2400억원이 털리면서 7조5000억원선으로 떨어질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당장의 매물 부담은 약화됐다.
비록 쿼드러플위칭데이까지 2조원 이상의 대기매물이 잠재된 것이라고 해도 9월11일까지는 시간이 충분하기 때문에 당장 프로그램 매물 걱정을 할 때는 아니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시총1위 대장주인 삼성전자 (60,600원 ▼700 -1.14%)를 내팽개친 상태에서 주가가 본격 상승할 것으로 보는 것은 무리다. LG전자 (105,900원 ▲2,900 +2.82%), LG디스플레이 (10,580원 ▲10 +0.09%) 등 IT전자와 현대차 (239,500원 ▲2,500 +1.05%), 기아차 (98,000원 ▼700 -0.71%), 현대모비스 (217,000원 ▲2,500 +1.17%) 등 자동차업종이 상승대열에 합류하지 못해서는 업종별 손바꿈 이상의 의미 부여가 어렵다.

현대건설 (30,050원 ▼250 -0.83%)동양제철화학 (68,800원 ▼400 -0.58%) 같이 시총 상위 30위 안에 드는 종목이 상한가를 기록한다는 게 증시의 활력을 나타낸 것이라기보다 고육지책의 발로로 여겨지면서 증시 변동성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형성될 우려도 있다.



이날 금통위에서 11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물가 안정에 무게를 두는 발언이 지배적인 것에 비추어 유동성 측면에 기댄 주가상승 동력 확보가 여의치 않을 수 있는 일이다.

한은 총재는 "공급쪽에서 온 충격이 임금 등으로 2차, 3차 파급되는 상황이 와서는 안된다"고 강조하면서 "고통이 어차피 오는 것이라면 가급적 단기간에 물가를 정상수준으로 가져가야만 2010년 이후 안정된 상태에서 경제발전을 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한은 본연의 임무가 물가안정임을 적시했다.

현재 미증시를 짓누르고 있는 주택가격 하락세, 신용위기, 고유가와 인플레, 기업실적 위축 등의 문제가 손쉽게 해결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정책방향이 물가안정으로 쏠린다면 당장의 희생은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낸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박상현 CJ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번주 들어 국제유가가 급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유가 하락세가 계속 이어지지 않는다면 기업실적 부진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오늘 주가 상승도 기술적 반등에 불과한 정도기 때문에 미국 상황에 괄목할만한 개선이 없으면 주가가 또 다시 하락할 여지를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조재훈 팀장도 "주가 급락이후 V자 반등을 기대하겠지만 잠깐 급반등하더라도 지루한 기간조정을 거쳐야만 할 것"이라면서 "새로운 모멘텀을 찾지 못한다면 가격 측면에서 '싸다'는 것 외에 호재가 없다는 게 문제"라고 우려했다.

삼성전자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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