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정부가 서민물가 안정을 위해 관세인하 등의 방법을 통해 실질적으로 ‘밀가루 가격 안정화’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자, 제분업계가 ‘정책 당국자들이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볼멘 목소리를 쏟아냈다.
정부는 라면, 빵, 과자 등 각종 식품과 자장면, 칼국수 등의 주재료로 가격상승에 따른 파급 영향이 상당한 밀가루 관세율(현행 4.2%)을 대폭 인하해 밀가루 수입이 확대되는 효과를 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이같은 방침에 대해 CJ제일제당 (294,000원 ▲1,500 +0.51%), 대한제분 (138,700원 0.00%), 동아제분, 삼양사 (77,200원 ▲800 +1.05%) 등 국내 밀가루 생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제분업체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국내 밀가루 전체 시장에서 수입 밀가루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5%에 불과해 수입 밀가루의 관세인하를 통해 국내 밀가루 가격 안정화를 기대하기도 힘들다는 지적이다.
수입 밀가루의 품질이 국내산에 비해 좋지 않아 일반 식당 등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제과, 라면업체들이 국내산 밀가루를 선호한 탓이다. 이 때문에 관세인하와 밀가루 수입 확대방침으로 국내산 밀가루의 가격 안정이 이루어질 거라고 생각하는 건 대표적인 탁상행정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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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수산물유통공사를 통해 밀가루를 직접 수입해 저렴하게 밀가루를 공급하겠다는 방안에 대해서도 제분업계는 부정적이다. 정부가 공기업을 동원해 수익성도 보장되지 않는 밀가루 수입 사업을 추진한다는 것도 현실과 동떨어진 조치라는 얘기이다.
제분업계 관계자들은 또 외부 요인에 의해 밀가루 가격을 인상해왔는데 마치 물가상승의 주범으로 몰려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집중적인 감시를 받고 있는 것도 억울하다는 표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제분업계의 한 임원은 "원맥을 수입해 밀가루를 제조하는 우리 업계의 특성상 최근 환율급등으로 경영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밀가루 가격인하를 압박하는 듯한 조치는 실효성은 둘째 치고 정책 신뢰성마저 훼손시키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