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등 '진짜 주범'은 누구인가

머니투데이 오수현 기자 2008.07.10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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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급 불안정" vs "투기세력" 계속되는 논쟁

배럴당 146달러에 육박하던 국제유가가 이틀새 9달러 넘게 빠지는가 하면 이란의 미사일 발사에도 별 변동을 보이지 않으며 유가 급등의 원인에 대한 논란이 재차 불거지고 있다.

전문가들이 꼽는 대표적인 유가 변수는 수급 불안정과 달러화 약세가 있다. 국제정세 불안과 지진, 허리케인과 같은 자연재해는 수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일단 수급, 공급의 구조적 불안정성 문제와 달러화 약세는 유가의 장기적 상승세를 주도하고, 국제정세 불안과 자연재해는 주로 단기 급등의 계기로 작용한다.

유가를 전망하는 전문가들사이에서 수급 불안같은 펀더멘털이 문제의 본질이냐 투기 세력의 원유 시장 개입이 더 큰 문제이냐는 논쟁은 접점이 없는 평행선을 달린다.



◇ 중국 인도 수요가 유가 올렸다 vs 수급 불안정 허구다

많은 전문가들은 중국 인도 등 고성장 국가에서의 유가 수요 증가가 유가 상승을 이끌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최근 5년간 국가별 원유 수요 증가율을 살펴보면 중국이 50.9%, 인도가 20.3%를 기록했다. 이는 세계 평균 12%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7%보다 많게는 25배 높은 수치다.

억만장자 원유투자자 분 피컨스 BP 캐피탈 최고경영자(CEO)도 8일 CNBC에 출연해 "현재 원유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투기세력과 달러화 약세가 아닌 수급"이라며 "올해 안에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유시장은 투기나 달러 약세보다는 수급 불균형이란 보다 근본적인 상승재료를 가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그러면서 "하루 수요는 8600만배럴이지만 공급은 8500만배럴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역시 지난 1일 원유 수급의 불충분으로 2013년까지 고유가 시대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그러나 자동차 전문가이자 유가 전문 칼럼니스트로 활약 중인 에드 월러스는 비즈니스위크(BW) 기고문에서 이 같은 주장은 허구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올해 초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기록했을 때 미국 내 원유 수요는 하루 52만5000배럴 감소했고, 이후 유가가 110달러선을 돌파했을 땐 또다시 하루 86만3000배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러스는 "중국 인도 방글라데시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들의 올해 원유 수요는 일일 58만2000배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아시아 지역 원유 수요 증가량이 미국 내 원유 수요 감소량에 미치지 못했다"고 밝혔다.
즉 5년간 고성장 국가의 원유 수요가 증가한 것은 맞지만 유가가 급등하기 시작한 지난 6개월간 주요 상승 원인으로 작용하지는 않았다는 얘기다.



그는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가 제다 회담에서 증산을 약속하기도 하는 등 수급을 둘러싼 환경은 그리 나쁘지 않다"고 덧붙였다.

월러스는 "현 상황은 오히려 공급이 수요를 앞지르는 상황"이라며 "정상적인 시장이라면 가격이 떨어지는게 맞다"고 밝혔다. 투기세력이 개입하지 않고선 이 같은 지속적인 유가상승은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미 의회 청문회에 참석한 정유사 임원들도 최근 유가 상승의 원인이 수급 불안정에 있느냐는 질의에 "최근 수급 논란은 지나치게 부풀려진 감이 있다" 고 답변한 사실도 월러스의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 8년새 30배 팽창한 원유 시장…투기세력 없이는 불가능

에너지 컨설팅업체 페리매니지먼트의 찰스 페리 회장은 "현재 유가에서 20달러 가량은 투기세력에 의해 부풀려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에도 유가가 단기적으로 급등했을 때가 있었다"며 "그러나 그 상승폭은 10달러를 넘지 않았다"고 밝혔다. 수급 불안정만으로 유가가 6개월새 40달러 이상 뛰기엔 무리가 있다는 얘기다.

월러스는 그러나 지난 8년간 원유시장 투자규모가 90억달러에서 2800억달러로 30배 이상 증가했다며 이 같은 주장을 반박하고 나섰다. 그는 이 같은 원유시장의 급속한 팽창에 대해 "정상적인 수급에 의한 성장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투기세력의 개입이 시장 확대에 기여했음을 언급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원유선물(옵션 포함) 비상업 매수포지션은 지난 10일 현재 122만건 계약으로 연초 대비 28%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 점도 월러스의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이처럼 비상업 거래자들의 참여가 확대되면서 전체 매수포지션에서 비상업 매수포지션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2년 초 20%에서 최근에는 40%대로 증가했다.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선물 거래는 상업적 거래와 비상업적 거래로 구분되는데 상업적 거래는 가격 변동에 대한 헤지를 목적으로 하는 실수요자들의 거래를 말한다. 반면 비상업적 거래는 단기차익을 목적으로 하는 투기 거래와 포트폴리오 투자 등을 포함하는데 일반적으로 비상업적 거래는 투기 거래로 인식되고 있다.

이 같은 비상업 매수가 증가했다는 얘기는 투기세력이 그만큼 원유 선물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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