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이후 중국 성장에 주목하라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2008.07.16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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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베이징올림픽을 거치면서 정치적으로 성숙하는 단계에 이르고 인권문제가 크게 개선되는 한편, ‘올림픽 효과’라는 특수를 누리게 되면서 세계 경제를 이끄는 주도적 국가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또 중국의 성장에는 물가폭등 등 소위 ‘차이나리스크’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주장도 함께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8일 전경련회관에서 갖은 ‘베이징올림픽 이후 중국의 변화와 한국의 대응’을 주제로 세미나를 갖고 앞으로 한국이 변화하는 중국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갖고 접근해야 하는지에 대해 심도 있는 발표와 토론을 주최했다.



◆중국 경제성장 최고 9.5% 전망

이날 발제자로 나선 한광수 인천대 교수는 최근 빌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의 말을 인용 “세계화의 중심은 미국보다 더 자본주의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중국이 될 것”이라며 “올림픽 이후 중국은 경제 기복은 있겠지만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최근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도 ‘아직 변곡점을 지나지 않았다’면서 오히려 정치나 외교적으로 경제보다 높은 대외 영향력을 펼칠 것으로 내다봤다.

한 교수는 “헬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은 ‘중국의 발전은 운명이다’라고 발언한 바 있다”며 “중국의 주요 일간지도 베이징올림픽을 치르고 나면 한국이 올림픽 이후 20년만에 GDP가 3000달러 수준에서 2만달러로 올랐듯이 중국의 중소도시들도 2만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보도가 1면에 나오고 있다”며 주위의 평가를 중국 발전의 근거로 제시했다.

그는 중국의 대국화에 대해서도 “중국이 대국으로 성장하는 것이 불가피하고 위협적이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지 않으면 안된다”면서 “중국의 어떤 점을 선택해 집중해야 하는지가 현재 한국의 직면한 과제”라고 주장했다.


김익수 고려대 교수는 ‘올림픽 이후 중국 경제의 지속성장 가능성’이라는 주제로 나선 발제에서 “올림픽 이후 중국의 경제성장은 8%의 마지노선을 깨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적어도 1년간 9~9.5%의 경제성장은 이루지 않겠는가”라고 전망했다.

◆중국 진출하려면 5년 이상 투자해야

중국의 고도성장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현지 투자기업의 여건은 그리 좋아보이지 않는다.

김주영 한국수출입은행 해외진출건설팅센터 팀장은 ‘중국의 투자환경의 변화’라는 주제로 발제에 나서 “2006년 중국에 진출해 있는 국내 933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49.7%가 순손실을 보고 있다”면서 “영업개시 4년째인 기업의 순손실은 40%, 5년째인 기업은 30%로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 진출하는 기업은 적어도 5년 이상을 투자해야 어느 정도 안정된 순이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중국을 코끼리로 비유했을 때 한국은 코끼리 등에 탄 여행객”이라며 “과거 코끼리는 체구도 적고 유연성도 부족한데다 앞만 보고 나갔기 때문에 여행객은 한눈을 팔고 사방을 둘러보며 경관을 만끽한다 하더라도 코끼리 등에서 떨어지는 불상사는 없었다”고 말했다.

즉 과거 중국은 경쟁력도 부족하고 성장제일이라는 1원칙에 따라 움직였기 때문에 한국은 중국의 성장에 기대 동반 성장을 거뒀고 무단철수라는 불상사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그러나 지금의 중국은 덩치도 커지고 유연성도 갖추었을 뿐 아니라 효율이라는 방향성으로 인해 코끼리 등에서 떨어질 가능성이 커졌으며 피해또한 치명적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한국 기업이 거대한 코끼리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취약하면서 발전방향을 꿈꾸는 분야에 적극적인 침투가 필요한 상황이다.

◆브랜드가 경쟁력

그렇다면 한국이 중국의 무서운 성장세에 대한 방안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전문가들은 한국기업이 대 중국에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브랜드 인지도 향상을 방법으로 제시했다.

김주영 팀장은 한국의 대중국 진출에 대해 “에너지 절약과 환경보호 분야, 금융 및 서비스분야에 적극적으로 파고드는 한편 제조업은 직접생산보다는 아웃소싱기지로 활용해 브랜드화를 추구하는 것이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이문형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1964년 도쿄올림픽 이후 소니 브랜드가 급성장했고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삼성이 글로벌화에 성공한 것을 미루어볼 때 베이징올림픽 이후 중국도 세계적인 브랜드를 만들어낼 것”이라며 “중국은 올림픽을 계기로 자가용 대중화와 소비구조의 변화를 겪을 것으로 보기 때문에 양적 팽창보다는 질과 브랜드 중심의 산업구조변화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연구위원은 “중국의 자가 브랜드 성장을 통해 한ㆍ중간 경쟁관계가 더욱 치열해 지겠지만 하루아침에 중국이 기술고도화를 이룰 수 없을 것으로 본다”며 “중국이 따라올 수 없는 첨단산업과 핵심부품산업을 육성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가격보다 브랜드 상품에 치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이나리스크 해소가 관건

문제는 인플레, 물가, 자원, 환경 등 중국 성장에 발목을 잡고 있는 ‘차이나리스크’다.

한 교수는 “차이나리스크 가운데 가장 큰 문제는 부정부패 척결이다”라며 “정치인과 관료, 기업인 사이에 벌어지는 부정부패가 없어지지 않는 한 중국은 2인자에 머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교수가 주장하는 또 하나의 리스크는 중화주의로 대변되는 ‘중국의 오만’이다. 그는 중국의 민족주의 열풍이 지속되는 한 중국 발전이 한계를 맞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익수 교수도 “중국의 경제성장에 돌발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고 말한 뒤 “서브프라임 모지기 사태 이후 서방경제의 위협이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김 교수는 브랜드 위주의 경제발전방향에 대해 “세계 경제가 브랜드만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저가제품의 수요도 있기 때문에 중국경제의 붕괴가능성은 쉽지 않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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