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기업병원이라고 부르자

머니투데이 이기형 기자 2008.07.09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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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로 시작한 괴담은 그 끝을 모를 정도다. 한전, 수자원공사 등이 민영화되면 전기료와 수도료가 천정부지로 오를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니 더 할말이 없다. 더 황당한 것은 정부가 이같은 괴담이 무서워 멀찌감치 물러서있다는 것이다. 아예 논란에 휘말리는 것 자체를 꺼리고 있다. 수많은 이해관계자의 이해를 조정하면서 정책을 펴나가야 하는 정부의 기본적인 역할을 망각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스스로 정부이기를 포기하고 있는 셈이다. 괴담으로 보호받는 수혜자가 국민이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수혜자는 바로 괴담을 외치는 사람들이다.



괴담중에서도 정부가 가장 곤혹스러워하는 하나가 바로 '의료민영화' 괴담이다. '아파도 돈 없으면 병원에 못간다'는 괴담은 다른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 파괴력 또한 상당하다. 논란은 커녕 말조차 꺼낼 수 없는 분위기가 돼 버렸다.

의료민영화 괴담은 생명체처럼 변화를 거듭, 생존을 모색해왔다. 당초 '건강보험민영화'로 시작됐다가 정부의 현 건보체제 유지 확인에 '의료보험민영화'로, 이젠 '의료민영화'로 바뀌었다. 이름이 애매해졌지만 영향력은 거의 그대로다.



하지만 도대체 의료 민영화가 무슨 뜻인가. 국립의료원 등 일부를 제외하고 의료는 이미 민간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동네에도 보건소를 제외하곤 모두 민간병.의원들이다. 민간의료보험도 그렇다. 암보험이 팔린지 한두해가 아니고, 자동차보험의 상해보험이 팔린지도 까마득하다. 홈쇼핑채널에서도 민간의료보험 상품이 팔려나간다.

'영리병원' 문제로 가면 점입가경이다. 영리를 추구하지 않는 병원이 있을까. 의사들이 돈을 많이 버는 대표적인 고소득 전문직이 아닌가. 대학병원은 물론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조차도 돈을 벌기 위해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영리병원은 안된다'는 주장이 어떻게 나올 수 있는지 의아할 뿐이다.

사실 용어 선택이 잘못됐다. 현재 병원설립이 가능한 '비영리의료법인'의 상대개념으로 별 생각없이 '영리병원'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이 화를 자초했다. 가뜩이나 돈을 많이 버는 병원들이 이젠 대놓고 돈을 벌겠다고 나서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낳은 것이다. 이는 정부나 의협 등의 잘못이 크다. 잘못된 용어를 사용, 국민들의 거부감을 불러일으켰다.


뒤늦게나마 제대로된 용어를 찾아서 사용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있다. 외부의 자본을 투입할 수 있도록 한다는 본래 의미에 맞게 '개방출자형 병원' '투자개방 허용병원'이라는 용어가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어려운 용어로는 국민속으로 파고들 수 없다.

이보다는 '기업병원'이라고 부르자고 제안하고 싶다. 영세한 자영업 형태에서 기업형태로의 발전이라는 점에서다. 의사 개인 돈으로 운영되는 자영업자 병원으로는 세계적인 병원들과 경쟁할 수 없다. 오죽하면 한국은행이 선진적인 의료산업 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내겠는가. 지난해 외국에 진료비로 나간 돈은 1억3310만달러에 달했다. 적자규모가 7150만달러로 전년대비 20% 가까이 늘었다. 올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력 뿐 아니라 병원의 투명성을 위해서도 그렇다. 병원에 다니는 직원들도 자기 병원의 매출을 모른다. 얼마나 이익을 냈는지도 알 수 없다. 비영리의료법인의 속성상 정상적으로 병원에서 돈이 빠져나갈 수 없으니 다른 곳으로 돈이 새기 마련이다. 병원이 제약사 리베이트 등 각종 비리의 중심에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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