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도 고개젓는 '생색내기' 개각

머니투데이 송기용 기자 2008.07.07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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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일할 시간 없어, 한번 더 기회를"… 야권 "국민기만 쇼"

- 靑 "내각 일할 시간 없었다. 한 번 더 기회 줘야"
- 야권 "국민 기대 찬물 끼얹은 생색내기용 개각"
- 시장 "강만수 장관 경질, 경제팀 실정 책임 물어야"

이명박 대통령이 7일 농림, 보건복지, 교육 등 3개 부처 장관을 교체하는 개각을 단행했다. 지난달 10일 한승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각료 전원이 쇠고기 파동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일괄사의를 표명한지 한 달 만이다.



청와대는 이번 개각을 심기일전의 계기로 삼겠다는 각오지만 반응은 싸늘하다. 특히 인위적인 환율시장 개입으로 물가불안을 초래한 경제팀 교체와 관련,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유임, 최중경 차관 경질'이라는 카드에 미봉책이라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개각 폭과 질 모두 함량부족 = 청와대는 소폭 개각에 대한 비판 여론과 관련, "국정의 연속성과 안정성 차원에서 잦은 각료교체가 바람직하지 않고, 고유가 등 국내외 어려운 경제 여건도 고려했다"고 해명했다. 이동관 대변인은 "총선과 쇠고기 파동, 정부조직법 개편에 따른 부처통합 등으로 실질적으로 내각이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없었다"며 "한 번 더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질이 능사는 아니라고 하지만 "이런 인사를 하려고 한 달이나 끌었냐"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경제실정의 책임자인 강만수 장관을 비롯해 국정운영에 한계를 드러낸 한승수 국무총리, 무리한 대운하 사업 추진 등으로 물의를 빚은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조직 장악에 문제점을 노출한 원세훈 행정안정부 장관 등이 포함되지 않은데 대해 부정적 시각이 쏟아지고 있다.

차 영 민주당 대변인은 "내각이 총사퇴했던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을 벌써 잊어버린 것 같다"며 "국민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은 생색내기용 개각이자 오만함이 엿보이는 개각"이라고 비판했다. 자유선진당과 민주노동당도 "국민의 눈과 귀를 속인 '국민 기만 쇼'"라고 몰아붙였다.

여권 내부 반응도 탐탁지 않아 보인다. 조윤선 한나라당 대변인은 "정국을 안정시키고 민심을 수습해 현 난국을 헤쳐 나가기 바란다"고 덕담을 건넸지만 허태열 최고위원은 "소폭 개각으로 국민 동의나 지지를 끌어내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도 "장관 3명 교체로 현 난국을 수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너무 안이한 판단인 것 같다"고 밝혔다. 유효한 민심수습 방안인 개각카드를 너무 오래 끌어 식상해진 데다 그나마 소폭 개각으로 오히려 역효과만 예상된다는 것이다.

◇"강만수 유임, 최중경 경질?"= 특히 경제팀 인사는 이번 개각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경제정책의 최고 책임자인 강 장관은 유임시키면서 차관을 경질키로 것은 대통령의 현실인식에 문제점이 있는 것 아니냐는 것.



이에 대해 이 대변인은 "물가관리와 환율정책 등의 기조 설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의견을 수렴해 최 차관을 경질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환율, 물가의 최고 책임자는 장관인데 왜 차관을 경질하냐"는 질문에는 "모든 책임을 차관에게 미루는 것은 아니지만 환율문제에 대한 최종 책임자는 차관"이라고 궁색한 답변을 했다.

이 대통령은 강 장관 경질을 놓고 막판까지 고심하다 최 차관을 경질하는 선에서 정리했다는 후문이다. '747(7% 성장, 국민소득 4만불, 세계 7위 경제대국)' 정책의 입안자인 강 장관의 유임을 결심한 이 대통령은 환율정책 실책과 시장신뢰 상실 등을 이유로 여권 내부에서조차 경제팀 교체 불가피론이 제기되자 최 차관을 경질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한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냉랭하다. 한 증권사 부사장은 "환율개입을 통한 수출활성화 등 현 경제팀의 '중상주의적' 정책을 보면 자본자유화가 이뤄지지 못한 9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차관이 물러날게 아니라 경제팀의 수장인 강 장관의 책임을 물어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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