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개입으로 외환시장 안정될까

머니투데이 임대환 기자 2008.07.07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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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0억弗 '큰손', 외환보유액 활용 논란 '증폭'

그동안 정부의 보조 역할에 머물렀던 한국은행이 외환시장 전면에 나섰다.

정부와 적극 협력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지만 외환보유액을 직접 관리하는 중앙은행이 나섰다는 점에서 시장에 미치는 여파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앙은행까지 공식적으로 외환시장 개입을 천명하고 나서면서 자칫 투기세력의 타깃이 될 우려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2580억弗' 큰 손, 시장 전면에= 2500억 달러가 넘는 대규모 외환보유액을 관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은행의 ‘외환시장 개입’ 공식발표는 느껴지는 ‘감도’가 다르다. 최근 외환보유액의 감소가 도마위에 오르기는 했지만 이 정도 규모의 외환당국과 맞설 수 있는 시장 세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7일 외환시장이 개장과 동시에 12원이나 떨어지는 등 급락하는 모습에서도 한은의 ‘포스’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 충분하다.

안병찬 한은 국제국장은 “3월 중순 이후 한은은 환율에 대해 노코멘트 입장이었다”며 “정부 주도로 시장개입이 진행돼 왔지만 최근 정부의 여러 조치에도 환율상승에 대한 시장기대 심리는 여전해 시장 신뢰회복을 위해 한은이 나설 시점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외환시장에 대한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는 데다 시장을 ‘잘 아는’ 한은이 나서면 시장의 불안함도 교통정리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최근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이 ‘성장’보다는 ‘물가’로 돌아서 한은과 어느정도 ‘코드’를 맞췄다는 판단도 한 몫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일단 중앙은행이 외환시장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힌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며 “2500억 달러와 맞설 수 있는 세력은 시장에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적정 환율 수준은=이날 기획재정부와 한은 공동발표에서 안 국장은 한 가지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는 적정한 환율 수준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아마 시장에서 알 것”이라고 말했다.


안 국장은 “(환율이 세자리 수가 돼야 한다는 식으로)명시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시장에서 외환당국이 유지하려는 어떤 수준이 있다는 말이 나왔을 때 정부가 오해라고 해명을 했다”며 “그런 점에서 볼 때 그 밑으로 가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과연 한은이 생각하는 적정 환율 수준이 어디인지를 두고 말들이 많다. 지난주 환율이 2년 8개월 만에 1050원대를 넘어선 이후 곧바로 정부와 한은이 행동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안 국장이 발언한 ‘그 밑’은 1050원을 지칭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은 내부적으로도 그동안 환율 최고 상한선을 1050원 선으로 잡아 놨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당분간 환율하락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일부에서는 하반기에 세 자리 수 환율도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한다. 반면 경상적자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고 있고 성장에 대한 미련이 많은 정부 입장에서 세 자리 수의 환율을 용인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외환보유액 활용 '논란'=물가 안정을 위한 환율시장 개입에 외환보유액을 활용하는 것에 대한 논란도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적정 수준의 외환보유액 투입은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분위기지만 외환당국의 이번 발표 자체가 또 다른 시장의 왜곡을 불러 올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재 외환보유액은 2581억 달러로 올 들어 상반기 중에만 41억 달러가 감소했다. 지난달 이후 정부가 달러화 매도 개입으로 쓴 금액만도 100억 달러가 넘었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금 상황에서 외환보유액을 사용하는 것 자체는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며 “당국이 외환보유액을 쓰지 않고 환율을 안정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하는데 지난 번처럼 단기 외화 차입 규제 등은오히려 환율을 더 오르게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외환보유액 사용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경제연구본부장은 “과도한 환율급등을 막겠다는 의지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이번 발표로 환율이 더 이상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방향성을 시장에 주게 된다면 이는 또 다른 시장교란 요인이 돼 시장왜곡의 부작용을 불러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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