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전]고유가엔 백약이 무효?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2008.07.07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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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대책 한계… 美증시와 외인에 달린 문제

외환보유액을 풀어 원/달러 환율을 낮추는 데 정부와 한국은행이 '전격 합의'했다고 한다.
지난주 원/달러 환율 종가가 1050.4원으로 치솟으면서 외환당국의 개입선이 뚫리고 2년8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하자 이번주 환율 추가 급등을 우려한 조치다.

하지만 지난주까지의 원/달러 시장 개입이 정부와 한은의 합의 없이 이뤄진 것이 아닌데 갑작스레 '전격 합의' 운운하는 것은 시장을 호도하는 처사에 불과하다.



한국은행은 기획재정부의 신임 장차관이 고환율 유도 정책을 편 것에 대해 마땅치 않게 여겨왔다.
고환율 정책을 구사하던 기재부는 유가폭등에 따른 인플레 진앙지라는 지탄을 받자 부랴부랴 환율에 캡을 씌우는 시늉을 하다가 마침내 한은을 끌어들이면서 환율방어의 힘이 강력해졌다고 선전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에너지 위기 사태를 맞아 공공기관에 '승용차 2부제'가 전격 실시된다고 한다. 27℃ 이상일때 에어컨 가동, 4층 이하 엘리베이터 가동 중지, 공공시설물 경관조명 사용 금지 등의 조치도 취해진다.



가로등 격등제가 실시되고 유흥업소 야간 영업시간 단축, 주유소·골프장 등의 옥외 간판 및 조명 사용 자제, 네온싸인 사용 자제, 3000㎡ 이상 대형점포의 외부전시용 조명 자제 등이 권고된다고 한다.

유가상승이 불러낸 정부의 조치다. 에너지를 덜 쓰고 환율 상승을 막자는 게 정부가 고심 끝에 내놓은 방안이다.

코스피지수 연저점이 코앞이고 외국인이 하루만 더 주식 순매도에 나서면 사상최장기간 순매도 기록을 세우는 판에 주말에 나온 대책의 수준이 이러하니 이날 장에 대한 기대도 또 접어야 할 판이다.


수출증가율이 견조하고 기업 어닝이 3분기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게 펀더멘털로 접근하는 부류의 긍정론이다. 시중 유동성도 양호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주가 낙폭이 깊어지면서 밸류에이션이 크게 개선되고 있는 상태로 평가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추락하고 있는 것은 3분기 실적 전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글로벌 긴축이 각국의 소비경기 둔화로 이어지면서 기업 매출을 감소시킬 수 있고, 비용측면에서는 고유가로 인한 원재료비와 운송비용 상승에 따른 판관비 증가가 3분기 영업이익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불거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고유가 행진이 쉽게 꺾이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외국인의 주식순매도가 이어지는 것이라면 기업어닝과 밸류에이션에 따른 접근은 무의미하다.
증시에서 실적과 PER같은 분석 툴이 효용가치를 상실한다는 것은 증시를 더 이상 증시 관련된 분석으로 대할 때가 아니라는 뜻과도 같다.

올들어 그나마 안전한 수익을 내던 것으로 알려진 주가연계증권(ELS)마저도 손실을 입기 시작했다면 증시와 관련한 어떠한 상품도 버틸 수 없는 처지가 됐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종가 기준 연저점(1574.44)이나 장중 연저점(1537.53)이 무너진 뒤에도 의미있는 반등이 나오지 못한다면 증시 바닥을 설정하는 일이 참으로 어려워지게 됨을 부인할 길이 없다.

20일 연속 6조원 가까이 주식을 순매도한 외국인의 태도에 변화가 생기더라도 7조3000억원에 달하며 사상최대치에 근접한 프로그램 매수차익잔고가 또 다른 부담이 되고 있다.

독립기념일 연휴를 마치고 거래를 재개하는 미증시가 괄목할만한 변화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장기 상승추세 훼손이 불가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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