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외화자금'에 목탄다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2008.07.06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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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평채 가산금리 급등, CDS프리미엄도 높아져

은행권의 외화자금 조달 여건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에 따른 글로벌 신용경색 여파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의 가산금리도 연일 상승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6일 "글로벌 IB(투자은행)들의 실적 부진과 각국의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대외여건이 순탄치 않다"며 "부실자산 증가 우려로 글로벌 IB들이 위험을 회피하는 것은 물론 자산증대에 소극적으로 반응하면서 신용경색이 심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 5년 만기 외평채 CDS 프리미엄 추이↑ 5년 만기 외평채 CDS 프리미엄 추이


이를 반영하듯 외평채 2014년물의 가산금리는 지난 3월 이후 또 다시 200bp(1bp=0.01%포인트)를 넘어섰다. 2016년물의 가산금리 역시 지난 3일 현재 136bp로 사상 최고치였던 3월10일의 148bp에 12bp차로 근접했다. 2025년물의 가산금리도 134bp로 한 달 전인 6월3일 129bp에 비해 5bp 가량 높아졌다.

특히 중장기 외화차입 여건을 보여주는 5년 만기 외평채의 신용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이 3일 111bp까지 높아졌다. 지난 3월 17일 125bp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CDS 프리미엄은 5월초 62bp로 떨어졌다 6월 24일 101bp까지 올랐다.



CDS 프리미엄이 높을 수록 그만큼 국가 부도 위험이 커졌다는 것으로, 그만큼 국내 기업이나 은행들의 해외차입 환경이 악화됐다는 의미다. 이로 인해 해외에서 채권 발행시 붙는 가산금리가 그만큼 오른 것이다.

외화차입 가산금리가 상승하면 국내 은행들의 차입비용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실제로 한국물 등 신흥국 채권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축소되면서 해당 국가들이 외화 유동성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장 투자자들이 신흥국 채권에 대해 높은 가산금리를 요구하고 있는 탓에 은행들은 채권 발행을 포기하거나 높은 비용을 지불하며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발행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처지다. 단기 자금은 어느 정도 숨통이 트였지만, 중·장기채의 발행 여건은 심각한 상황이다.


기업들 역시 해외시장에서 자금을 구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은행문을 두드려 보지만, 은행도 외화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오히려 기업들의 외화 여신한도 관리에 나서고 있는 처지다.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은행의 외화대출 잔액은 4월 말 161억6200만달러에서 5월말 156억4300만달러로 크게 줄었다.

외화 조달 여건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국내 은행들은 발행시기를 연기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당초 6월초 3억∼5억달러 규모의 유로화 채권을 발행하려다 연기했다. 엔화채권을 발행하려던 수출입은행과 하나은행 등도 발행을 무기한 또는 하반기로 연기했다.



달러화 뿐 아니라 유로화·엔화 채권 발행이 어려워지자 은행들은 아시아 신흥국 시장에서 채권 발행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아시아 시장 역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당분간 은행권의 외화자금 가뭄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금융센터의 이인우 연구원은 "국내 은행은 유로 기업어음(CP) 등 단기조달 프로그램 설정, 자산 담보부 조달 등 해외자금조달 방안은 물론 조달지역도 금리수준, 유동성상황 등을 감안해 더욱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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