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세력의 '하이닉스 음해'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2008.07.07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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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위기설 유포 1조6천억 누적 공매도…2주간 주가27%급락

지난 4일 장중에 국내 주요 증권사 펀드매니저들이 주로 사용하는 메신저에 "하이닉스 유동성 위기'라는 쪽지가 돌았다. 하이닉스가 자금난에 봉착해 전환사채(CB)의 발행규모를 늘렸다는 것.

이로 인해 하이닉스 (230,000원 ▼6,000 -2.54%) 주가는 전일대비 6.79% 하락한 2만 335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하이닉스의 주가는 지난달 9일 3만 1950원으로 고점을 찍은 뒤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며, 지난 4일까지 한달도 안돼 26.9% 하락했다.



◇지수대비 2배 떨어진 하이닉스=지난달 9일부터 이달 4일까지 종합주가지수는 1808.86에서 1577.94로 12.8% 떨어졌고, 반도체 업종대표주인 삼성전자는 68만 6000원에서 61만 6000원으로 10.2% 하락했다. 하이닉스는 이에 비해 2배가량의 급락세를 연출했다.

이같은 하락세는 전세계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와 메모리 시장의 침체, 하이닉스의 전환사채 발행 등을 이유로 들더라도 지나치다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유를 다른 곳에서 찾는 전문가들이 많다. 증시전문가들은 하락장에서 루머를 퍼트리고 공매도를 통해 이익을 취하려는 일부 세력들의 장난(?)이 개입됐을 것이라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2주간 공매도 1위에 오른 하이닉스=삼성증권 HTS에 따르면 지난달 23일부터 지난 4일까지 2주간 공매도 1위 종목에 하이닉스가 올랐다. 공매도란 주가가 높을 때 증권사들로부터 주식을 빌려서 미리 판 뒤 주가가 하락하면 되사서 갚는 매매형태다.

이 기간동안 공매도 세력들은 636만주(약 1610억원)를 공매도하며 주가 하락을 이끌었다. 이는 삼성증권 HTS에만 드러난 규모로 실제 증권예탁원을 통해 확인 가능한 올해 누적 공매도 규모는 이의 10배 가량인 6000만주 내외(약 1조 6000억원 규모)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같은 대규모 공매도 중에 하이닉스의 CB 발행을 빌미로 유동성 위기설이 퍼졌다. 하이닉스가 오는 9월 만기도래하는 4억 7110만달러의 CB 리볼빙을 위해 약 7억~8억달러의 CB를 추가 발행하는 것을 빌미로 삼은 것. 리볼빙 금액 이외에 약 3억달러를 추가로 발행하는 것은 자금 위기 때문이라는 소문을 흘렸다.


◇유동성 위기설의 진실은=이와 관련 하이닉스에 정통한 증시의 한 애널리스트는 "일부 공매도 세력들이 하이닉스의 자금 위기설을 퍼트리고 있으나 3억달러 추가 발행을 하이닉스 유동성 위기로 몰고 가기는 너무 작은 규모"라고 꼬집었다.

이 애널리스트는 "하이닉스는 현재 현금성 자산만 1조 4000억~5000억원 내외를 보유하고 있다"며 "기존 CB를 리볼빙하는 과정에서 최근 세계 경기침체 등을 감안해 미리 실탄을 준비하려는 목적으로 보이며, 유동성 위기 때문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하이닉스가 유동성 위기에 몰리기 전에 경쟁력이 떨어지는 다른 회사로부터 신호가 온다"며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에 앞서, 마이크론이나 키몬다 등 외국계 반도체 기업들의 유동성 위기설이 아직 없는 상황에서 하이닉스를 유동성 위기로 모는 것은 다른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결국 주가 하락시 되사겠다는 의도로 풀이돼 조만간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하이닉스 최고위 관계자도 "자금난은 말이 안된다"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고 강하게 부정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 공매도 세력이 주가 하락을 통해 이익을 얻으려고 루머를 퍼트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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