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수천 상자 기증한 사연

머니투데이 전예진 기자 2008.07.09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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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일과꿈]지은정 푸드베이 코리아 대표

초콜릿 수천 상자 기증한 사연


"놀고먹는 직원들과 월급을 나눠 받는 게 억울해서 제 회사를 차렸습니다."
 
초콜릿 커피 음료 유통업체 푸드베이코리아를 운영하는 지은정 대표(32·사진)가 2년 전 다니던 직장을 박차고 나온 이유다. 그는 "독립을 선언했다"고 표현했다. 퇴직일이 마침 8월 15일 광복절이었기 때문이다.
 
"외근 후에 사무실에 들어와보면 직원들은 미니홈피, 메신저를 하면서 놀고 있더라고요. 이럴 바에 '하고 싶은 일 제대로 해보자'고 다짐했습니다."
 
무슨 일이든지 똑바로 해야 직성이 풀린다는 지 대표는 서울대 식품과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후 아워홈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이곳에서 마케팅 경력을 쌓은 그는 영업을 배우기 위해 한국리치식품유한회사 영업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일에 대한 프로의식은 여기서도 어김없이 발휘됐다.
 
"7시 반이면 출근해 업무계획을 짰습니다. 9시가 되면 나가서 스케줄대로 사람들을 만나고 정확히 4시 반이면 들어와 업무일지를 쓰고 내일 계획을 보고했어요. 제가 1년에 벌어들인 수익만 20억원이 넘었습니다."
 
그는 던킨도넛의 그린티 쿨라타 등 파급력이 큰 제품을 런칭하며 인정받기 시작했다. 마케팅에 이어 영업, 연구개발(R&D) 분야를 두루 경험하자 점점 자신감도 붙었다. 그는 식품 유통업계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젊은 나이에 푸드베이코리아를 설립하고 제과사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대기업과 탄탄한 외국계 회사의 그늘 아래 있었던 그에게 세상은 만만치 않았다. "고생을 많이 했죠. 회사에 소속돼 있으면 비바람이 쳐도 막아줄 '타이틀' 이라는 우산이 있었는데 혼자 사업을 꾸려나가려니 기댈 곳이 없었습니다. 어딜 가도 대접 받기 힘들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업 경험의 미숙함이 손실로 나타났다. 발렌타인데이를 겨냥해 초콜릿 DIY 상품을 만들었는데 대형마트에서 약속보다 납품받는 수량을 줄였던 것.

"계약서를 명확히 안 쓴 것이 잘못이었습니다. 주문량은 9000개였는데 3000개만 가져가서 수천 상자의 초콜릿이 고스란히 남았어요. 초콜릿은 여름에는 장사가 안 된다는 불문율도 모르고 약속만 믿고 만들었더니 한순간에 골칫덩이로 바뀌었죠."
 
직장생활을 하면서 모은 돈을 다 털었던 그에게 큰 타격이었다. "이걸 어디에 팔아야하나 몇 달 동안 밥도 못 먹고 고민했어요. '땡처리' 업체들에게 넘길까 생각도 했지만 그동안의 노력이 너무 아깝더라고요. 그래서 푸드뱅크에 나머지를 전량 기증했습니다."
 
고민거리를 훌훌 털어버리고 나니 다시 시작할 힘이 생겼다. 그는 커피를 유통하던 경험을 살려 지난 5월 논현동에 바리스타스쿨을 열고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마음을 비우고 나니 일이 술술 풀리는 것 같습니다. 이제 걸음마를 시작하는 단계니 욕심을 부리지 않고 차근차근 해나가야죠. 일단 20억원 매출을 목표로 힘차게 달려나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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