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050원 돌파… 2년8개월만에 처음

머니투데이 이현중 기자 2008.07.04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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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당국 개입실효성 논란 속 매수심리 우세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 효용성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면서 원-달러환율이 이틀 연속 오름세를 보이며 1050원 위로 올라섰다.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이 20영업일 연속 주식을 순매도한데다 국제유가 또한 배럴당 146달러를 넘어서 사상 최고수준을 경신, 환율 상승 요인이 여전히 우세했다.

4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환율은 전날보다 5.40원이 오른 1050.40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기준으로 1050원 위로 올라선 것은 지난 2005년 10월25일 1055.0원을 기록한 이래 2년8개월 만에 처음이다.



간밤 유럽중앙은행(ECB)은 예상대로 25bp 금리를 인상했으나, 트리셰 총재의 기자회견에서 경기 하향 추세에 대해 언급함에 따라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약화시켰다.

글로벌 달러화가 엔화 및 유로화에 강세를 보였으나 미국 연준이 공격적으로 금리인상을 단행할 상황도 아니어서 글로벌 외환시장의 흐름이 국내시장에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최근 국내 외환시장의 유일한 하락 변수인 당국의 등장 여부가 이날도 시장의 최대 이슈였다.

이날 달러화는 유가급등에 따라 전일보다 0.50원 오른 1,045.50원으로 출발했다. 이후 조금씩 상승폭이 커졌으나 1050원대를 막기 위한 당국의 개입 가능성에 대한 경계심리가 여전해 적극적인 매수 분위기는 아니었다.

개입 가능성을 의심케 하는 매물이 나오면서 원-달러는 오전 장 한때 1040.40원까지 떨어졌으나 은행권의 과매수(롱포지션) 전략과 정유사의 결제수요가 나오면서 오름세로 돌아섰다.


상승폭이 점차 확대되면서 당국의 개입 가능성도 커졌지만 결국 종가가 1050원대 위에서 형성되며 주간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 상승에는 당국의 개입 패턴 변화 가능성이 한 몫을 했다. 전일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등 3인 회동에서 최근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 방식에 대한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 환율 레벨 방어를 위해 단행된 달러 매도 개입이 외환보유액 소진, 달러 투기심리 조장 등 역효과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만큼 당국의 개입스탠스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최근 당국의 공격적인 개입에도 환율의 반등세가 지속돼 시장개입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과 개입이 오히려 투기만 유발시킨다는 비난도 잇따르고 있다"면서 "이런 분위기 속에 은행권에서도 롱심리가 우세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딜러는 "1060원대를 테스트 해보는 시도가 다음 주 있을 것"이라면서 "국제유가의 고공행진, 외국인 주식순매도, 정유사 결제 등 여전히 환율 상승 요인이 강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서울외국환중개와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각각 496억8500만달러와 264억9500만달러가 거래됐다. 시장평균환율(MAR)은 1047.10원으로 고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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