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올린 유럽중앙銀 '시장 달래기'

뉴욕=김준형 특파원 2008.07.0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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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셰 총재 "이번 인상으로 물가 2%로 잡을 것" 금리 중립 시사

금리 올린 유럽중앙銀 '시장 달래기'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사진)가 금리정책 중립 선회를 강력히 시사했다. 트리셰 총재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뒤 내놓은 이같은 발언은 금리긴축 기조로 인한 증시냉각과 경기위축에 대한 우려를 완화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리셰 총재는 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오늘 이뤄진 금리인상과 더불어 기존의 금리 정책기조가 우리의 목표를 달성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리인상으로 4%를 넘어선 물가상승률을 2%로 잡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이번 금리인상이 물가상승을 억제하는데 효과를 발휘할 것이며 추가 금리인상이 시급하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걸음 나아가 그는 향후 금리정책에 대해 어떠한 편향성(bias)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트리셰 총재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공격적인 금리인하를 펼치는 와중에도 금리인상 기조를 굳건히 유지, '매파 성향'을 유지해온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따라서 '편향성이 없다'는 발언은 기존의 정책기조에서 한발짝 벗어나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으로 여겨진다.

트리셰의 발언이후 유로가 달러대비 약세로 돌아서고 유로지역 국채가격이 상승세를 회복한 것은 시장의 이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월가를 비롯한 국제 증시 관계자들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강박관념으로 인한 과도한 금융긴축 정책이 실물경제의 회복을 더디게 하고 증시침체를 가중시킬 것으로 우려해왔다. 특히 ECB는 글로벌 금융 긴축기조의 선봉으로서 원성의 대상이 돼 왔다.


물론, 유로존의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16년만의 최고치인 4%에 달해 정책목표치 2%의 2배에 달한 만큼 ECB가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수는 없는 상황이라는게 시장의 공감대였다.
하지만 ECB 역시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만큼 이번 금리인상 이후 정책기조에 미세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없지 않았다.

트리셰 총재의 이날 발언은 이같은 예상이 빗나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ABN암로의 이코노미스트 다리오 퍼킨스는 "트리셰의 발언은 ECB가 현재로서는 더 이상 금리를 올릴 계획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ECB의 금리정책이 '완화'는 아니더라도 확실히 '중립' 기조로 돌아섰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 퍼킨스 이코노미스트는 "(ECB의 금리정책은)앞으로 인플레이션 추이에 달려있으며 특히 기대 인플레이션이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리셰 총재가 "ECB는 특히 임금협상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힌 점도 임금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박이 가중될 경우 언제든지 추가 금리인상에 돌입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풀이된다.

트리셰 총재는 또한 "ECB는 인플레이션이 향후 유럽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역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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