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자형 베어마켓 고착화되나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2008.07.03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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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모든 경제 같은 고통...단기간내 탈출 어려워

조짐으로만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가시화될 경우 주가가 2003년부터 이어온 장기상승 추세로 복귀하지 못한 채 `L자형'의 베어마켓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물가상승과 경기침체라는 좋지 않은 환경이 연거푸 겹친 스태그플레이션 해악이 미치는 분야가 과거 환란 때나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넓고 해소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IMF위기…과격한 하락, U자형 회복=1997년 말 발생한 우리나라의 IMF 외환위기는 높은 단기외채와 부족한 외환보유액이라는 잘못된 국가재무구조에서 날벼락처럼 다가왔다. 그러나 당시 국제금융시장이나 세계경제가 워낙 호황이어서 짧은 시간에 위기터널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저유가,저금리 기조하에서 세계경제가 성장률 3∼4%의 활황을 보였고 국제금융자본도 풍부했다. 또 IMF위기가 동아시아 일부 국가에 국한됐기 때문에 자본시장 개방이라는 약속하에 고갈된 달러 유동성 확충을 통해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었다.



 주가가 회복하는 데 1년이 걸렸지만 모양은 `U자'였다. 환란직전인 97년 10월1일 코스피지수는 644.92였는데 환란과 더불어 무너져 98년 6월16일 280.00까지 수직하락했다. 이후 극심한 경기침체와 고금리 영향으로 98년 말까지 300∼400에서 지루하게 머물다 99년부터 경제가 본격적으로 살아나면서 99년 7월 1000대로 올라섰다.

 ◇서브프라임 위기…부분충격, V자형 복귀=지난해 촉발된 서브프라임 모기지 금융위기 사태는 지난 3월 코스피지수를 1537까지 폭락시키면서 일단락됐다. 금융위기에 처한 미국 투자은행과 헤지펀드들이 유동성 좋은 한국시장에서 대규모 순매도를 단행한 영향이다. 올 1∼3월 외국인의 코스피주식 순매도는 12조5844억원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서브프라임 위기 자체는 금융충격이어서 피해 반경이 크지 않았다. 실물부문은 신용경색으로 간접적인 영향을 줄 뿐 기업실적을 뚜렷이 훼손시킬 정도는 아니다는 진단이었고 미국 주택부문과 투자회사들에 손실이 집중됐다. 때맞춰 미국중앙은행이 금리를 급하게 내리면서 유동성을 부은 탓에 피해본 투자회사가 자본확충을 빨리 마칠 수 있었고 주가도 악재가 사라지면서 용수철 튀듯 반등했다. 코스피 역시 1500을 본 뒤 5월 1900 근처까지 올라갔다.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장기충격, L자형?=지난 5월 1900선에서 다시 떨어진 주가는 저성장과 고물가라는 실물경기에 대한 불안감에 기인한다. 어느 특정부분에 치명상을 안겨주지는 않아도 지구촌 모든 나라에 공통적으로 문제가 된다는 점에서 피해 반경이 너무 넓다. 에너지와 곡물가격 앙등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국가가 없고 글로벌화를 통해 전세계 경제가 유기적으로 얽히고설켜 있다.

 유가는 90년대 이후 저유가 시기에서 폭발한 친디아(중국 인도) 수요에다 원천적 원유생산 한계, 산유국의 돈벌이 욕심 등이 겹쳐 고공비행을 하고 있다. 90년대 이후 저유가 패러다임이 뒤집힌 것인데 저유가 구조에서 파생된 대량의 원유수요를 강제긴축으로 한번이라도 줄이고 넘어가야 한다.


 이미 생산기반이 약한 신흥시장부터 긴축모드에 들어갔고 선진국도 긴축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성격상 인플레이션은 한번 불이 붙으면 좀처럼 진화하기 어렵다. 경기둔화가 같이 진행되는 마당에 운신의 폭도 좁아진 터여서 이번 고유가와 인플레이션은 더더욱 고약하다. 인플레를 제어하기 위한 긴축국면 또한 단기간에 끝나기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물론 주가가 다시 1000 이하로 내려간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고점과 저점이 점차로 낮아지는 베어마켓이 장기 추세로 고착화될 가능성이 이래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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