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오일쇼크' 종착역은 S아닌 D?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08.07.04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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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위기, 실물은…]

- 과거 오일쇼크와 다른 새로운 오일쇼크
- 문제는 물가급등 아닌 그 이후 경기침체
- 인플레이션보다 디플레이션이 걱정

"3차 오일쇼크라구요? 현재 상황은 1∼2차 오일쇼크와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지금의 문제는 유가급등이 아니라 그 이후에 오는 수요위축과 경기침체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2일 "우리가 직면한 경제적 어려움은 3차 오일쇼크라 할 만한 상황"이라고 한 데 대해 한 투자자문사 임원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현 상황을 '3차 오일쇼크'가 아닌,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오일쇼크'로 규정했다. 과거 오일쇼크는 일시적인 중동발 공급충격 때문에 발생했지만 지금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수요확대가 핵심 원인이라는 얘기다. 때문에 현재 유가급등은 공급문제 해소가 아니라 수요위축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는 단기적인 '경기침체'(Recession)를 너머 장기적인 '불황'(Depression)까지도 예상했다. 지독한 '비관론'이다. 그러나 현재 경제전문가 중에는 이런 시각을 가진 이가 적지 않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974년 1차 오일쇼크와 1980년 2차 오일쇼크 당시 공급문제(투기 포함)가 미친 영향은 각각 74%, 70%였다. 그러나 2003년 이후 지난해까지 유가를 끌어올린 요인 중 공급문제는 30%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이 수요위축에 따른 경기침체를 유가급등의 종착역으로 보는 이유다.

한편 추세적 달러화 약세와 미국발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에 따른 신용경색 우려도 원유 투기에 불을 붙였다. 미국 증시를 떠난 자금이 원유로 몰린 것이다. 유가급등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미국의 강달러 유도 정책과 고강도 투기세력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현재의 경기상황을 단순한 스태그플레이션(경기둔화 속 물가상승)으로 보는 시각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기존의 스태그플레이션은 일시적 공급요인에 따른 오일쇼크로 물가가 뛰면서 경기가 둔화된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유가급등 뒤에 미국과 중국의 성장둔화에 따른 구조적인 '경기침체' 위험이 잠복해 있다는 진단이다.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오히려 '디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부사장은 "물가급등보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그 다음에 오는 수요위축와 경기침체 위험"이라며 "수요가 위축되면 물가는 자연스럽게 가라앉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결제은행(BIS)도 지난 1일 연례보고서에서 "현재의 인플레이션은 세계경제의 급격한 경기침체에 따른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한 자산운용사 사장은 "지금이 인플레이션이 맞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를 훌쩍 뛰어넘은 시점임에도 그는 "최근의 전세계적 성장률 둔화와 주가급락 부동산가격 하락을 보면 오히려 디플레이션으로 볼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달러화를 기준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했다고 하지만, 달러화는 이미 기축통화가 아닌 하나의 상품으로 전락했다"며 "달러화 대신 금값을 기준으로 국제유가 추이를 보면 유가는 크게 오른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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