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기술유출 vs 컨설팅 수출' 논란

머니투데이 강경래 기자 2008.07.03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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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8마이크로미터 기술 중국에 제공한 반도체컨설팅 관계자 구속

반도체 컨설팅 회사 관계자가 전 직장에서 확보한 반도체 공정기술 자료를 컨설팅을 요청한 해외 업체에게 제공한 건으로 검찰에 구속됐다.

이를 두고 반도체 업계에선 이미 사양화의 길을 걷는 범용화 된 공정기술을 컨설팅 차원에서 활용한 것이 해외 기술 유출이냐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 남부지검 형사5부는 자신이 근무했던 반도체 업체 핵심 기술을 해외로 유출하려한 혐의(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로 국내 반도체 업체 A사 전 부사장 이모씨(52)와 박모씨(65)를 구속했다고 3일 밝혔다.

이번 사건의 요지는 2005년 A사를 퇴사하고 반도체 컨설팅 회사를 차린 이모씨와 박모씨가 전 직장을 나가기 전 반도체 공정기술을 담은 파일 2000여 개를 USB 메모리장치에 담아 중국에 있는 한 반도체 업체에 넘기려고 시도했다는 것.



하지만 이번에 중국 업체에 제공키로 한 공정기술은 반도체 업계에서 이른바 '한물간' 기술에 속하는 0.18마이크로미터 공정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때문에 이미 범용화 된 공정기술을 컨설팅 차원에서 고객사에 제공한 사례를 기술유출로 봐야하는지를 두고 업계 의견이 분분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에 논란이 된 반도체 공정기술은 0.18마이크로미터(㎛, 1㎛는 100만분의 1m)급으로 이미 마이크로미터를 넘어 나노미터(㎚, 1㎚는 10억분의 1m) 공정대에 진입한 대만 TSMC나 UMC 등 반도체 위탁생산 선도업체들은 극히 미미한 매출을 내고 있어 업계에서 이미 범용화돼 기술의 중요도가 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A사도 3∼4년 전 전체 매출의 70∼80%를 차지했던 0.18마이크로미터 공정기술 비중이 현재 30% 이하로 떨어진 상황이다. 그 마저도 신흥시장을 겨냥한 중저가 전자제품들에 들어가는 반도체 부품을 생산하는데 사용하는 수준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컨설팅 회사들은 일반적으로 0.18마이크로미터 공정과 같이 이미 업계에서는 범용화 된 기술을 토대로 리포트를 작성해 제공하고 있다"며 "컨설팅 차원에서 충분히 제공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 남부지검 형사5부 관계자는 "범용 기술인지 아닌지 여부를 떠나 중국 업체가 A사의 0.18마이크로미터 공정을 그대로 도입해 사업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밝혔다.



또 기업의 내부정보를 외부로 유출한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과 함께 범용기술이라고 하더라도 국내 기업에 미치는 악영향이 있을 경우 기술유출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어 공판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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