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외환위기 vs 3차 오일쇼크, 위기 실체는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08.07.04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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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합위기, 실물은…]

-오일쇼크·외환위기, 이유 '명확' 해결책 '뚜렷'
-'내우외환' 복합적 위기 상황
-거시적 해결책 소용없어…"미시적 구조조정 필요"

이명박 대통령이 현재의 경제 상황에 대해 "1, 2차 오일쇼크에 준하는 3차 오일쇼크라 할 만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현 상황은 제2의 외환위기라는 표현은 적합하지 않다"며 "굳이 표현한다면 제3의 오일쇼크로 불러 달라"고 말했다.



현재 경제상황이 오일쇼크와 닮았든 외환위기와 닮았든 중요한 것은 대처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우선 과거 1, 2차 오일쇼크의 이유는 명확했다. 모두 전쟁 등 비경제적인 요인으로 원유 공급이 일시적으로 부족해진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원인이 간단하니 해결책도 뚜렷했다. 당시 정부와 한국은행은 재정지출과 통화공급을 가급적 억제하는 방향을 정책을 폈다.

1997년 외환위기는 금융기관의 부실과 차입 위주의 방만한 기업경영, 대외신뢰도 하락, 단기외채의 급증 등이 원인이었다. 한국은 국제통화기금(IMF)은 금융 긴축과 대외개방, 금융 및 기업의 구조조정, 기업의 투명성 제고 등을 충실히 이행했다. 위기는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지 3년8개월만에 완전히 해결됐다.



2차 외환위기 vs 3차 오일쇼크, 위기 실체는


현재의 위기는 오일쇼크나 외환위기 때와는 차원이 다르다. 내우외환이 복합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선 '외환'에 기인한다. 국제 원자재와 농산물 가격이 급등한 것이 첫째 원인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로 인한 신용경색 우려, 전세계적 경기 둔화 조짐 등도 경제여건을 악화시키고 있다.

이런 '외환'은 '내우'로 연결됐다. 우선 국내 물가가 급등했다. 물가가 오르면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떨어져 내수 침체로 이어진다. 올 1분기 민간소비는 전년동기대비 3.4% 증가에 그쳤다. 특히 생활필수품 성격이 큰 비내구재 소비 증가세(3.4%)가 큰 폭으로 둔화돼 서민생활의 어려움을 보여줬다.

임경묵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물가 상승이 지속돼 내수 부진이 지속되면 올해 국내총소득(GDI)이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며 "이는 체감경기가 극도로 안 좋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외 경기 전망이 어두우니 기업은 투자에 나서기가 어렵다. 설비투자는 지난 4월과 5월에 전년동월대비 각각 1.9%, 2.5% 감소했다. 설비투자는 올 1분기에도 1.4% 증가하는데 그쳤다. 임종룡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투자가 계속 이뤄지지 않으면 잠재성장률이 낮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산 쇠고기 파동으로 촉발된 촛불집회는 사회 불안감을 높이며 국론 분열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 온 국민이 '금 모으기 운동'에 나서는 등 마음을 모았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재정부 임 국장은 "사회적 불안정성은 기업들이 투자를 주저하는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의 토마스 번 부사장은 "촛불시위로 번지고 있는 민족주의적 분위기로 외국인의 한국내 금융시스템 참여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며 "경쟁력 회복을 위한 금융시스템 개혁이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위기의 원인이 복합적인 만큼 대책 마련도 쉽지 않다. 물가를 잡으려 하면 경기가 더욱 주저앉을 것 같고 경기를 살리려 하면 물가가 요동친다.

쇠고기 파동으로 인해 정부가 정책 리더십을 잃고 있다는 점도 대책 마련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정책을 내놓아도 좀처럼 신뢰를 얻지 못한다.

여당 정책위의장인 임태희 의원은 "정책적으로 대응할 유효한 수단이 마땅치 않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실물경제실장은 "마땅한 대책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예방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현재의 경제위기는 더욱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현재의 위기를 타파하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이만우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 환율, 금융 등 거시정책으로 현재 상황을 극복하기는 어렵다"며 "분야별 경쟁력 강화 방안, 공기업 개혁, 복지제도의 내실화 등 미시적인 구조조정 정책이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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