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늦은 돈키호테식 긴축" 시장 우려 또 우려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배성민 기자, 강미선 기자 2008.07.02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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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언프렌들리 정책'…"최악의 악순환 우려"

-대출 축소 통한 유동성 흡수 방안…효과 미지수
-또다시 '올드 패션' 정책…"지금은 순응할 때"

"기획재정부에서 또다시 초점을 잘못 맞췄다", "재정부 방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증시는 물론 한국 경제에 커다란 충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

2일 정부에서 내놓은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을 놓고 시장에서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마디로 " 우려 또 우려"로 요약된다. 기업 프렌들리 정책이 아니라 '언프렌들리(unfriendly)' 정책을 도입·시행하려 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재정지출 확대, 신규대출 억제 및 여신건전성 강화라는 '양동 전략'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다. 특히 대출 부문을 통해 시중 유동성을 줄이겠다는 정책방향은 이 시점에 유효하지 않고, 오히려 시장과 경기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출 억제 및 회수→중소기업 및 개인 파산 증가→소비심리 위축→기업투자 축소→경제성장률 감소→성장잠재력 훼손'이란 악순환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A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정부의 방안은 돈키호테식 싸움법이라 할 수 있다"며 "지금까지 국제금융시장과 싸워왔다면 이제는 국내 금융시장과 힘겨운 싸움을 시작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출을 줄여 유동성을 줄이더라도 오늘처럼 굳이 공개천명할 필요가 없었다"며 "은 행들이 여신부문을 강화하면 재정을 통해 돈을 푼 효과는 흐지부지되고, 죄는 효과만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중소건설사들이 지난 카드채 사태 이후 가장 어려운 상황에 놓인 가운데 투기자금을 잡겠다며 여신 부문을 강화할 경우 금융시장 리스크를 더욱 키울 것이란 우려다.

B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정부 정책은 유가 급등 등으로 어려워진 상황에서 이를 정면 승부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지난 유가보조금 방안 등이 세수만 줄이고 대세에 아무 영향을 주지 못 한 것처럼, 이번 정책도 역시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어 "지금 같은 상황에선 일정 정도의 경기침체를 감수하면서 원유소비를 줄이고 투기자본에 제동을 거는 '순응 정책'이 필요한 시기인데, 정부에서는 갑자기 '정면 대응 정책'으로 급선회했다"고 평가했다.


정의석 굿모닝신한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전세계적으로 긴축 분위기가 일반적인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상반기에 성장을 강조해 오다 뒤늦게 긴축 모드에 뛰어들었다"며 글로벌 경기와 타국의 동향에 비해 뒤늦은 국내 대응을 지적했다.

또 "유동성 조절로 대기업의 M&A(인수합병) 관련 대출을 거론했지만 은행들은 대기업보다 원자재난 등으로 자금사정이 어려운 중소기업의 돈줄을 죄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한 서민 들도 금리인상, 대출규모 등으로 최근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른 상황에서 대출회수 압력에 시달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유동성을 잡을 수밖에 없지만, 이번 정책 방향은 유동성 속도나 경로 개선에 대한 얘기는 없고 단순히 '총량을 옥죄겠다'는 얘기로 기업과 시장에 부정적일 수 밖 에 없다"고 평가했다.

특히 금호, 한화, STX 그룹 등 그동안 과감한 M&A로 몸집을 불려온 대기업들의 경우 이미 시장에서 유동성에 대한 의구심으로 상대적으로 주가가 더 하락한 상태여서 이번 조치가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C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재정부 등 정책 결정의 상위층에서 연거푸 잘못된 결정을 내려 오히려 리스크만 키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강만수 재정부 장관, 최중경 제1차관은 등장 초기부터 '올드 패션(낡은 방식)'으로 시장과 경제에 접근했다"며 " 상반기 원/달러환율 상승의 용인을 놓고 시장에서 물가 우려 등을 이유로 견제했지만 먹혀들지 않았고, 이제 급격한 유동성 축소에 대한 우려를 배제한 채 과거처럼 '정면승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D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방안은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고육지책"이라고 평가하면서도 "하지만 고유가 등 현재의 경제위기는 국내 정책만으로 통제하기 힘든 대외변수인 만큼 성공여부는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현 정부 취임 후 잇단 정책실패로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이번 정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 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성장은 제한적인데 물가만 오르는 것에 대한 정부의 우려를 보여준다"며 "7-4-7 정책을 내세운 지 얼마 안 돼 바로 긴축에 나서는 건 정부가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정책을 펼친다는 방증"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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