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에 번번이 물먹는 청와대

머니투데이 송기용 기자 2008.07.02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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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백악관, 부시 대통령 8월5-6일 방한 단독 발표
- 7월 방한 연기 단독 발표 이어 잇따른 외교적 결례
- 美측 쇠고기파동 불만 표출이라는 관측도 나와

2일 오전 7시15분. 아직 이른 아침에 청와대 자료가 배포되는 e-춘추관에 보도자료 하나가 올라왔다.



'부시 미 대통령 방한 일정 미확정'이라는 제목의 이 자료에서 청와대는 "부시 대통령이 베이징 올림픽을 전후해 방한하는 방안에 대해 한미간 협의가 진행 중이지만 구체적인 일시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보다 약 3시간 전인 오전 4시30분(한국시각)에 데니스 와일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부시 대통령이 오는 7~9일 열리는 G8(선진 8개국) 정상회담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만남은 8월 5∼6일로 예정된 부시 대통령의 방한을 위한 기초를 다지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답방 일정을 상세히 발표했다. 오전 6시15분에는 백악관 홈페이지에 이 같은 내용이 게재까지 됐다.

결국 청와대는 백악관이 이미 구체적인 일정까지 공개한 부시 대통령 방한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뒷북 친 꼴이 됐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이번 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백악관은 지난달 24일에도 부시대통령의 '7월 방한' 연기를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데이나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은 "부시 대통령이 7월에 G8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해 현지에서 이 대통령을 만날 계획"이라며 부시 대통령의 방한 연기를 공개했다.


사전에 우리 정부와 협의되지 않은 단독 발표와 관련 논란이 일자 청와대는 "'(미국) 기자들의 항공권 준비 과정 때문에 밝힐 수밖에 없었다'는 백악관 쪽 설명이 있었다"고 궁색한 해명을 해야 했다.

청와대는 이번에도 미국 측의 단순 실수라며 문제를 축소시키는데 급급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난 주말 라이스 국무장관 방한때 부시 대통령의 한국 방문 일정을 확정했고, 양국 정부가 모양새를 갖춰서 동시에 발표할 계획이었는데 미국 측 관계자가 백 브리핑을 하는 과정에서 날짜를 불쑥 말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발표 과정에서 매끄럽지 않은 점이 있었지만 미국 측의 의도적인 결례가 아니라 단순 실수로 본다"며 "미국 측에서 유감을 표명해와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상회담의 경우 양국 정부가 동시에 발표하는 외교관례에 비춰볼 때 이만저만한 외교적 결례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반복되는 미국의 외교결례가 '쇠고기 파동'과 관련, 한국 정부에 대한 불만 표출이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미 측의 행위가) 외교적으로 잘 한 것은 아니지만 큰 결례라고 말하는 것에도 동의하지 않는다"며 "개인의 착오이기 때문에 더 이상 문제를 안 삼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일이 재발하면 안 된다는 뜻을 분명히 전달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다 취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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