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7' 환상 키운 정부, 실망만 커졌다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2008.07.02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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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경제운용방향]

정부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6% 안팎에서 4% 후반으로 하향 조정한 것은 엄연한 '경제 현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성장 마인드'를 앞세운 현 정부 경제 브레인들은 절대 다수 경제전문가들이 "안된다"고 지적했음에도 "된다"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최중경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이미 유가가 상승가도로 질주하던 5월초 방송 인터뷰에서 "유가, 곡물가 상승 등으로 대외 여건은 어렵지만 6%는 아직도 유효한 목표"라고 말했었다.

강만수 장관은 이에 앞서 "일자리를 잃는게 좋으냐, 물가가 조금 오르는게 좋으냐"라며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물가보다 성장을 앞세울 수밖에 없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현 정부에 치명타를 입힌 '쇠고기 파동'을 겪고 고유가로 인한 고물가에 서민들의 한숨 소리가 커지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6%대 성장이란 '환상'을 스스로 거둬들였다.

정부는 고유가와 세계경제 성장 둔화 등 대외여건 악화로 1%포인트 내외, 제도개선 지연 등의 정책추진상 제약으로 0.3%포인트가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를 대입하면 정부가 생각하고 있는 수정 성장률 전망치는 4.7% 내외로 압축된다.

정부는 지난 3월에는 목표치를 제시했지만 이번에는 별도 목표치 없이 전망치만 내놓은 것도 특징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3월에는 새정부 출범에 앞서 기획단계에서 목표치를 잡았는데 이번에는 별도로 설정하지 않았다"며 "목표치와 전망치를 같은 개념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그나마 4.7% 성장도 정부가 이날 경제운용방향에서 열거한 경제정책들이 성공했을 경우에 가능한 것으로 실제 성장률은 정부 전망치보다 낮아질 공산을 배제할 수 없다.

이같은 이명박 정부의 '실패'는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크다. 대선 때 '7·4·7'(7%대 경제성장,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경제강국 진입) 공약을 제시해 성공을 거둔데 너무 도취한 나머지 국내외 현실을 너무 도외시한 것.

사실 재정부가 밝혔듯 지난 10년간 평균 경제성장률이 4.4%인 점을 감안하면 수정 제시한 4% 후반 성장률도 그리 나쁜 편이 아니다.

모 경제연구소의 연구위원은 "정부가 일종의 비전인 7%, 6%대 성장만을 내세우다 막상 위기상황을 맞아 현실적으로 조정한 것인데 국민들에게는 경제 성장이 7%에서 4%로 낮아진 것처럼 착시효과로 다가온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이날 공식적으로 성장률을 대폭 하향 조정한데는 유력 경제연구기관의 비관적인 하반기 경기전망 분석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삼성경제연구소는 하반기 경제성장률을 3.8%로 예상했고, LG경제연구소는 4%, 산업연구원은 4.2%로 각각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3.1%까지 내려잡았다. 한국은행의 경우는 하반기 3.9%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강만수 장관은 이번 하반기경제운용 발표에 앞서 주요 경제연구소장들과 만나 직접 의견을 청취하기도 했다.

정부가 연구기관들과 달리 똑 떨어진 전망치를 제시하지 않은 것은 '체면' 때문으로 보인다. 재정부 고위간부는 "우리도 연구소라면 4.7%라고 적시할수도 있지만 정부기관이어서 레인지(범위)를 둬서 제시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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