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이대로 주저앉나

머니투데이 이진우 기자 2008.07.03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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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파업-무정부 정국, 경제는 누가 챙기나

“연일 치솟는 기름값 등 원자재 값 때문에 허리띠를 잔뜩 졸라매고 있지만 앞이 보이지 않는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할 때에 촛불 시위가 이념 다툼으로 변질되면서 장기화되고 있다. 노조는 여전히 파업 만능으로 나오고 정부는 휘둘려 중심을 잡아주지 못하고 있다. 싸움을 말려야할 종교단체가 오히려 불에 기름을 붓고 있다(A대기업 계열사 CEO)"

"하반기 유가가 배럴당 170달러 수준에 이를 경우 성장률이 3%대로 하락하고 물가상승률은 6%대로 높아질 수 있다. 경상수지 적자도 5월까지 70억 달러를 넘어 섰다.유일하게 잘 되던 수출도 하반기에도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현재 경제적 어려움은 전세계적인 위험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각국이 겪는 고통이기도 하다. 그러나 어느 국가가 위험을 잘 흡수하느냐에 따라 그 나라의 좌표가 결정될 것이다(김종석 한국경제연구원장)"

국제통화기금(IMF) 10년 만에 한국 경제가 다시 지독한 난관에 봉착했다. "IMF보다 상황이 더 좋지 않다"는 말이 자주 들린다. 사상 초유의 140달러대 고유가 시대가 현실로 닥쳤고 '파국의 유가'라는 200달러 전망이 잦아지고 있다. 미분양 아파트가 IMF때보다 훨씬 많이 쌓여 물린 돈이 100조원에 육박한다는 진단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물가상승률이 5%대로 올라서고 6%대 전망까지 나오지만 돈줄을 조여 물가 잡기에 나서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긴축 얘기만 나와도 주가가 이날 40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한 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민감한 시기다.



전문가들은 심상찮은 경제 상황을 극복하려면 무엇보다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와 인내심이 필수라고 지적한다. 여론에 휘둘리는 중심 없는 정책은 위기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촛불사태가 이데올로기적으로 변질돼 여론이 네 편, 내 편으로 양분돼 장기화됨에 따라 정책 집중력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 되고 있다는 게 위기의 핵심이라는 지적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경영학)는 “지금 우리 경제상황은 고성장은커녕 악재 방어에 급급한 위기 초입 단계”라며 “이럴 때 일수록 정부가 파퓰리즘에 빠져서는 안되며 안정위주의 정책을 펴면서 기회를 엿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촛불이나 파업 모두 문제를 제기하고 의견을 표출하는 수준에 그쳐야지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는 단계로까지 가려 해서는 안된다”며 “지금 우리경제 위기의 진짜 본질은 뭐든지 떼로 몰려들어 문제를 제기하고 집단행동을 하면 이를 관철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는 촛불을 든 사람 뿐 아니라 촛불을 들지 않은 다수의 의견도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며 “특정 세력의 의사, 과잉 대표성을 띠고 있는 집단 외에 ‘조용한 다수’의 생각도 존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석 대한상공회의소 상무는 “최근 쇠고기 문제와 관련한 촛불시위나 노조파업 등으로 정부의 정책의지가 흔들리고 있다”며 “정부가 하루빨리 제자리를 찾고 국회도 조속히 개원해 그동안 처리 못한 민생, 경제 법안을 처리해 정국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기업 임원은 "“법이, 공권력이, 정부가 무너지면서 기업도 경영자도, 개인(소비자)도 중심을 잡지 못한 채 극도의 혼란을 겪고 있다”며 “이러한 파업정국, 시위정국, 무정부 정국에서 경제를 도대체 누가 챙길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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