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탓 재정 풀고, 물가 탓 대출 막고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08.07.02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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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하반기 경제운용]稅환급·대출억제 병행, 환율 속도조절

재정지출은 늘어나고 대출 받기는 까다로워지고. 올 하반기 경제는 이렇게 굴러간다.

일자리를 늘리면서도 물가는 잡으려고 정부가 나름대로 짜낸 해법이다. 거시정책으로 재정을 풀어 경기를 떠받치는 한편 이로 인해 불어나는 유동성은 미시정책인 대출규제 강화로 대응한다는 얘기다.

금리는 우선 동결을 유도하고, 원/달러 환율에 대해서는 추세적 상승을 용인하되 물가부담을 고려해 상승 속도를 최대한 늦추기 위한 개입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일 발표한 '2008년 하반기 경제운용방향' 자료에서 "국내 경기·물가 동향을 고려해 금리정책 등 통화·신용정책은 안정적으로 운용하되 과도한 시중 유동성에 대해서는 대출 건전성 관리 강화를 통해 대응키로 했다"고 밝혔다.

금리를 당분간 동결 쪽으로 유도하겠다는 뜻이다. 내수경기가 가라앉으니 금리를 올릴 수도 없고 물가가 뛰니 금리를 내릴 수도 없어서 내린 잠정 결론이다.



다만 유동성 확대 문제는 대출을 조이는 방식으로 최소화하겠다는 복안이다. 정부는 우선 대기업의 인수·합병(M&A) 대출부터 억제키로 했다. 대기업의 M&A 대출이 물가불안 요인 중 하나인 과잉 유동성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대기업의 원화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35조8000억원에서 지난 4월 말 46조7000억원으로 30% 급증했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 대출은 6% 늘어나는데 그쳤다.

최근 이뤄진 대기업 대출 가운데 상당부분이 M&A에 쓰인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대기업 대출 급증에도 불구하고 최근 설비투자는 부진하다는 점이 판단의 근거다. 유진그룹이 지난 1월 하이마트를 1조9500억원에 인수하면서 1조4000억원을 대출 등 차입으로 조달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개인의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서도 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을 토대로 상환능력 중심의 건전성 심사·관리를 강화키로 했다.


대출로 인한 유동성 확대가 물가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임종룡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연구기관에 분석을 의뢰한 결과, 물가상승에 과잉유동성도 일정부분 기여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그동안 정부는 최근의 물가상승을 국제유가 등 원자재값 상승에 따른 '비용인상(Cost-push) 인플레이션'으로 규정해왔으나 이번에 유동성 등 수요 측면도 영향을 미쳤음을 처음 인정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하반기 재정지출 확대로 유동성이 더욱 불어날 상황이 되자 일종의 보완장치로 대출규제 카드를 빼 든 셈이다.

정부는 올 하반기부터 약 7조원의 세금환급, 5조원 규모의 공기업 건설투자 확대, 4조9000억원 추가경정 예산안 편성 등의 재정확대 정책을 펼칠 계획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올해 최대 0.4%포인트의 성장률 제고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7조원 세금환급 0.2%포인트 △5조원 공기업 건설투자 확대 0.1%포인트 △4조9000억원 추가경정 예산안 편성 0.1%포인트(세금환급 일부 포함) 등이다.

그러나 대출규제 강화가 유동성 억제 효과를 누릴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한 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대출을 조인다고 해도 은행 입장에서는 생존을 위해 영업활동해야 한다"며 "대출규제 강화 방침이 은행들에게 실제로 먹혀들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환율에 대해 정부는 "실물경제 흐름과 괴리되지 않도록 하되 급변동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커지지 않도록 안정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경상수지 적자에 따른 환율 상승 추세는 수용하되 개입 등을 통해 급등은 막겠다는 뜻이다.

정부는 또 원유와 곡물,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가운데 수입업체들이 원자재 결제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환율이 오르는 문제를 막기 위해 수입결제 자금을 외화대출로 지원해주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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