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남부 여중생 성폭행 변사체 사건, 폭동 비화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2008.07.02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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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탄 중국 웡안현 공안국 청사 (SOH)↑ 불탄 중국 웡안현 공안국 청사 (SOH)


중국 남부 구이저우(貴州)성에서 대규모 폭동이 잇따르면서 올림픽을 불과 한달여 앞둔 중국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더구나 인터넷의 발달로 여론통제도 어려워 공안당국을 당황케 한다는 소식이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구이저우성 웡안(甕安)현에서 한 여중생이 변사한 사건과 관련해 수사과정에 의혹을 품은 주민 수만여 명이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현 공안국 청사에 불을 지르고 경찰을 습격했다. 과격한 시위는 29일과 30일에도 이어졌다.



사건은 지난달 21일 여중생 리모양의 변사체가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경찰은 현지 정부의 고위간부 아들을 포함한 용의자 3명을 여중생 성폭행 및 살해 혐의로 붙잡았으나 곧 무혐의로 풀어줬고 사인을 자살로 결론 냈다.

유족들이 강력히 반발했으나 숨진 여중생의 삼촌이 경찰에 폭행당해 숨지면서 대규모 시위로 연결됐다. 더욱이 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여중생의 아버지 리슈화(李秀華)가 "당국이 단돈 9천위안(한화 약 137만원)의 보상금으로 사건을 덮으려 했다"고 폭로해 주민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부를 둔 대중국 인권방송 희망지성(SOH)은 이 사건을 "현지 관리들이 평소에 폭력조직과 손잡고 행패를 부려왔기 때문이며 부패한 공산당 전체의 축소판 같다"고 전했다.

시위가 격렬해지자 중국 당국은 시위대에게 발포까지 했고 무장경찰은 윙안현으로 통하는 길을 봉쇄하는 등 강력대응 했다. SOH는 "경찰이 최루탄을 터트리고 전기봉을 휘둘러 수백 명을 다치게 하고 총을 쏴 최소 4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시위대 검거작전에도 들어가 비디오 판독 등 채증자료를 통해 300여명을 체포하고 최후통첩 시간을 정해 시위 참여자들의 자수도 종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당국은 또 여론통제에도 나섰다. 주요 관영언론을 동원해 시위를 '폭도들의 폭력시위'로 몰아가는 한편 인터넷 게시판에 폭주하는 관련 게시글 삭제에 들어갔다.

시위를 현장 사진과 함께 보도했던 미국의 중국어 뉴스사이트 박신(博訊)은 당국이 중국 내에서 접속을 차단했다.

하지만 중국 대표 인터넷 메신저 'QQ'에 가입된 번호만 4억개가 넘고 휴대폰 사용인구도 5억명을 돌파한 만큼 관련 소식이 빠르게 전파되면서 '통제'가 힘들어지고 있다.

소동이 가라앉지 않자 신화통신은 1일 구이저우성 정부가 10명으로 구성된 수사단을 꾸려 재조사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일본 교도통신도 2일 홍콩 명보(明報)를 인용해 중국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사건과 관련된 정보를 숨기지 말고 언론매체에 적극적으로 보도하도록 지시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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