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경제, 유가·물가·대출이자 '3중고'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08.07.02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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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연이어 대출금리 인상

금융권이 주택담보대출에 이어 신용대출 금리도 인상하고 있다. 자금시장의 수요공급 불균형이 해결되지 않고 있어 추가적인 금리인상도 가능해 보인다. 서민경제는 고유가 및 물가상승과 함께 대출이자까지 부담이 더욱 늘어나게 됐다.

◇시중은행, 신용대출 금리인상 착수



2일 금융계에 따르면 외환은행은 이달부터 신용대출 금리(시장금리연동 상품)를 0.10%포인트 인상했다. 외환은행은 이미 지난 5월과 6월 신용대출 금리를 각각 0.08%, 0.35%포인트 올려서, 석달 새 인상폭이 0.53%에 달한다. 이 상품 금리는 지난 4월말 6.62~7.85%에서 이날 현재 7.15~8.38%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 달 27일부터 신용대출 기준금리를 기간에 관계없이 일제히 0.05%포인트 높였다. 뉴직장인신용대출과 영업점 직장인신용대출의 기준금리는 각각 10.60%, 10.45%에서 10.65%, 10.50%로 올라갔다. 전문직 대출상품인 닥터론과 팜론 기준금리도 각각 0.05%포인트 인상했으며 공무원연금대출 역시 종전 6.80%에서 6.85%로 높아진 상태다. 기업은행도 4월초 7.17~13.17%였던 신용대출 금리를 이달 현재 7.32~13.32%로 올렸다.



앞서 은행들은 고정금리형 주택담보 대출금리를 연 9%대로 인상한 바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주 3년만기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연 7.55~9.05%으로 높였으며, 하나은행은 연 8.10~8.80%로 상향조정했다.

◇불안정한 금융시장..추가인상 불가피

은행들이 잇단 대출금리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는 것은 국내 금융시장의 심각한 수급불균형이 배경이라고 풀이된다. '은행들의 자금부족→은행채, CD발행 증가→시중금리 상승→대출이자 상승' 이라는 악순환 고리가 형성됐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채 금리상승은 CD금리에 압박을 주고, 이는 다시 은행의 대출이자를 올리는 구조"라며 "해외의 저원가성 자금조달이 방법이지만, 서브프라임 사태에 따른 신용경색으로 녹록하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은행들은 2006년과 2007년 각각 30조원 안팎의 은행채를 순발행하면서 예대율이 지난해말 123%, 올 3월말 126.0%를 기록했다. 대출이 예금을 초과한 상태라서 은행들은 채권발행을 계속할 수밖에 없고, 이는 또 다시 시장금리를 압박하는 구조다. 은행들이 바젤ll 도입에 따라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BIS(국제결제은행)기준 자기자본 비율을 올리려는 것도 자금수급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신한은행의 은행채 발행잔액은 지난 달 29일 현재 29조2896억원으로 전년말 대비 3조7197억원(14.5%) 늘어났다. 우리은행은 17조8421억원으로 1조2543억원 증가했으며, 국민은행 CD 발행잔액은 26조7355억원으로 지난해말 보다 9조1179억원 증가했다.

아울러 은행들은 이달 21일부터 은행채를 발행할 때 금융감독원에 발행액의 0.04%를 분담금으로 지급해야 하는 관계로 원가부담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유가·물가인상에 금리부담까지..서민경제 휘청

경제 전문가들은 "서민경제가 유가 및 물가인상에 이어 대출이자 인상까지 버텨야 하는 3중고 상황"이라고 진단하는 분위기다.

휘발유 가격은 이미 리터당 2000원대를 오르내리는 등 저항선이 보이지 않는다. 6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5.5% 상승해 외환위기 이후 10여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금융권 대출금리까지 추가로 오르게 되면 서민경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물가상승과 함께 상환해야할 이자부담이 커지면 실질 가처분소득이 줄고, 이는 다시 경기침체를 키우는 악순환이 우려된다.

한국은행은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낮다"면서 진화에 나섰지만, 여당인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이미 경기침체와 물가인상이 함께 이뤄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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