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단 나서 이틀째 비폭력..주말 분수령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2008.07.02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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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봉진 기자ⓒ홍봉진 기자


종교의 힘은 컸다.

지난 주 촛불시위가 시작된 이래 최악의 폭력사태가 잇따라 발생했지만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시국미사를 열고 대열의 선두에 나서면서 시위는 이틀째 평화롭게 마무리됐다. 하지만 2일과 5일 대규모 시위가 예고돼 있고 돌발변수도 남아 불씨는 여전하다.

일단 '촛불'은 종교계로 확산되고 있다. 천주교 외에 개신교와 불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는 오는 4일까지 청운동사무소 앞과 성공회대성당 등에서 연이어 시국기도회를 열고 5일에는 기독교 합창단 1000명을 앞세워 평화시위를 이끈다는 계획이다.



불교계도 실천불교전국승가회 등 진보적 성향의 불교인사로 구성된 시국법회추진위원회가 4일 오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국민주권 수호와 권력의 참회를 촉구하는 시국법회'를 연다.

성직자들이 내세우는 비폭력, 평화주의는 종교라는 특성과 맞물려 시민들에게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30일과 1일 시위만해도 사제단이 설득하자 행진이 끝난 후 비교적 이른 시간임에도 대다수 시민들이 자진 해산했다. 이전에 광우병 국민대책회의가 해산하자고 했을 때는 일부 시위대가 대책회의를 '프락치'로까지 몰아가며 밤샘시위를 이어갔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최열 환경재단 대표 등 각계 인사 32명도 1일 시국기자회견을 열어 "비폭력 평화 정신을 더욱 굳건히 지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하며 힘을 보탰다.

ⓒ홍봉진 기자ⓒ홍봉진 기자
그러나 여전히 변수는 있다. 2일 민주노총이 총파업에 들어가면서 이날 촛불시위에 전국 10만명이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5일에는 대책회의 주최로 '국민승리의 날' 촛불문화제가 대규모로 벌어진다. 물론 지난달 10일 서울에서만 70만(주최측 추산, 경찰추산 8만)이 참여한 시위에서도 폭력사태가 없긴 했지만 불과 지난주만 해도 격렬한 충돌이 이어졌다는 점을 볼 때 낙관할 수는 없다.


종교계의 지원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도 미지수다. 보수적 종교계 인사들은 '촛불시위 중단', '국정 정상화'를 주장하는 입장이다. 촛불시위에 반감을 가지는 일부 시민들을 중심으로 성직자가 거리로 나온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여론도 있다.

무엇보다 청와대가 더 이상 내놓을 카드가 없다는 현실이 문제다. "비폭력 평화시위는 최대한 허용한다"는 것이 정부의 기존 방침이었지만 누차 "재협상은 없다. 추가협상으로 쇠고기의 안정성은 보장됐다"는 입장을 명확히 해왔기에 언제까지 촛불시위를 지켜보고만 있을 수 있겠냐는 분석이다.

또 1일 밤 일어난 대한민국특수임무수행자회(HID)의 진보신당 난입폭행 사건과 같은 돌발사태도 언제든 재발할 우려가 있다.

결국 시위대의 입장에서는 이번 주말을 기점으로 얼마나 많은 인원을 모아내 평화롭게 시위를 이어가느냐에 따라 운명이 갈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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