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심각,인플레→디플레 '티핑포인트'

머니투데이 임대환 기자, 이학렬 기자 2008.07.01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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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재판매↓, 현대차 내수는 감소…글로벌 인플레 수출 악영향

-소비재판매 둔화…현대차 내수는 감소
-글로벌 인플레이션, 수출에 악영향
-BIS "인플레이션, 디플레이션 전환 '티핑포인트'"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5%로 외환위기 이후 10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물가급등으로 가계의 구매력이 떨어지면서 내수침체가 뚜렷해지고 있다. 전세계적 물가상승은 수출경기에 대한 전망마저 어둡게 한다. 경기가 둔화되면서 물가는 치솟는 스태그플레이션의 그림자가 짙어지는 국면이다.



◇물가상승→내수침체 본격화?=물가상승 압력이 커지면서 내수가 타격을 입고 있다. 5월 소비재판매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3.1% 늘어나는데 그쳤다. 지난 4월(5.7%)에 비해 증가세가 크게 둔화됐다.

 생활이 어려워질 때 가장 먼저 소비를 줄이게 되는 자동차 등 내구재 판매는 둔화세가 완연하다. 현대차의 6월 국내 자동차 판매대수는 4만8301대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4.6%나 줄었다. 해외 판매가 20% 늘어난 것과 대조된다.



 설비투자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설비투자는 전년 동월보다 2.5% 줄어 전달(-1.9%)에 비해 감소율이 커졌다. 반도체 장비 등 기계류의 투자가 특히 부진했다.

한국은행도 올 하반기 민간소비 및 설비투자 증가율 전망치를 대폭 낮췄다. 한은은 1일 발표한 '2008년 하반기 경제 전망'에서 올 하반기 민간소비 증가율을 기존 4.0%에서 2.7%로 대폭 내려잡았다. 건설투자, 설비투자 증가율도 종전보다 각각 0.7%포인트, 1.0%포인트씩 낮은 3.2%, 7.3%로 조정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수출에도 악영향=유가급등이 촉발한 물가상승세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전세계 경기를 둔화 국면으로 몰고 가면서 우리나라의 수출경기 전망마저 어둡게 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6월 수출액 증가율은 이미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6월 수출액 증가율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7%로 5월(26.9%)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전영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아시아 역내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의 특성상 아시아 개발도상국의 경기가 둔화되면 수출 증가세도 둔화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가나?=한은의 이날 올 하반기 성장률 전망치를 3.9%로 종전보다 0.5%포인트 낮췄다. 반면 하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5.2%로 당초보다 2.1%포인트 높였다. 물가상승률이 성장률보다 높은 완연한 스태그플레이션이다.

이와 관련, 김재천 한국은행 조사국장은 "고(高)물가-저(低)성장 상황은 맞지만 개인적으로 이 정도를 갖고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친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경묵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도 "올해 전체로 4%대 성장은 낮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이 스태그플레이션이라 할 수 없다"면서도 "다만 올해 국내총소득(GDI) 증가율이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는 점에 비춰 내수 부문만 보면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물가가 계속 오르면 기대인플레이션이 확대되고 생산성 이상의 임금상승이 이뤄지면서 기업의 비용이 증가하고 경기가 둔화되는 악순환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당장은 물가 불안이 심각하지만 이로인한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오히려 디플레이션을 우려해야 할 상황이 도래할 것이란 경고도 나왔다.

국제결제은행(BIS)은 30일(현지시간)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연차총회에서 글로벌 경기 둔화가 심각해 현재의 인플레이션이 오히려 물가가 하락하고 경기가 침체되는 디플레이션으로 전환되는 '티핑 포인트(급격한 변화 시점)'에 근접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밝혔다.

 BIS는 물가 상승과 과도한 가계 부채로 인한 글로벌 경기 침체가 "현재의 인플레이션보다 더 심각하고 오래 지속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디플레이션 국면으로 바뀔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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