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 기관 프로그램 투매 우려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2008.07.01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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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시스 악화시 1조2000억원 매물 출회 가능

코스피지수가 연일 떨어지고 있다.

지난주말 1700선을 내주면서 1684대로 주저앉은 뒤 1674, 1666으로 하락하며 연일 지수 10포인트 단위를 바꾸고 있다.
이날 장중 1652선까지 낙폭을 확대하며 일부 증권사가 월간 박스권 하단으로 예상했던 레벨을 7월 첫 거래일에 도달했다.

LG전자 (110,100원 ▲600 +0.55%)가 5일만에 상승했고 삼성전자 (63,000원 ▼100 -0.16%)가 장중 -2.56%에서 +2.40%로의 급반전에 성공했다.
현대차 (250,500원 ▲4,500 +1.83%)기아차 (105,600원 ▲2,100 +2.03%)는 4%대 급등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이같은 IT전자 및 자동차 종목의 터닝에 신뢰가 가지 않는 것은 개인을 제외한 모든 국내 매매주체가 순매수에 동참하면서 마치 주가방어 지시에 따른 듯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3388억원(6월27일), 5636억원(6월30일)에 이어 이날도 프로그램 순매수가 2584억원에 달하면서 사흘간 프로그램 누적 순매수가 1조1608억원에 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수 하락세가 제어되지 않자 특정 종목에 집중하면서 장세 반전을 꾀하려 했다는 의심을 불러내기 충분한 일이었다.



이날까지 관심사는 외국인의 지수선물 매매동향이었다.
주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지난 사흘간 6675계약을 순매수하며 프로그램 순매수 방향을 추종했던 외국인의 매매전략에 의구심이 커졌었는데 이날 결국 1121계약 순매도로 돌아서는 모습을 보이면서 수수께끼가 풀리기 시작했다.

지난 이틀간 외국인의 선물 순매수와 발맞춰 증가하던 미결제약정이 이날 외인 선물 순매도와 함께 감소세를 보인 것에 비추어 6000계약 이상 늘어난 미결제분이 외국인이 선물 되팔기와 함께 털릴 가능성이 생겼다.

전날 2.08까지 치솟았던 장중 평균 베이시스가 1.08(종가 기준)로 폭락함에 따라 6조7000억원까지 치솟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프로그램 매수차익잔고가 청산될 위기에 처했다.


외인이 선물 매도를 이어가면서 베이시스가 악화될 경우 쿼드러플위칭데이 이후 증가한 프로그램 순매수분(1조2000억원)이 코스피지수 1650선에서부터 매물화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양호한 베이시스를 무작정 향유하면서 차익거래 기회를 노렸던 기관이 지수 저점 붕괴의 최선봉에 서게 됨을 의미한다.



개인이 5월말 이후 처음 이틀 연속 주식 순매도에 나서면서 손절매도를 시작하려는 상태에서 기관까지 프로그램 매도를 시작하면 외국인에 의한 지수 붕괴가 아니라 낙관론을 고수하고 있는 국내투자자들이 증시를 무너뜨리는 우를 범할 수 있다.

물론 외국인이 17일 연속 주식순매도 행진을 펼치고 있는 상태에서 지수 반등을 예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가매수 기회를 주창하고 있는 기관과 주식펀드에 연신 돈을 투입하는 개인이 주가 하락 모멘텀을 강화시킬지 모른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현 상황에서 바닥을 예단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을 공식 선언하지는 않고 있지만 한국은행조차도 저성장과 고물가 상황을 인정하고 있다.
저성장과 고물가가 심화되면 스태그플레이션이다.



상반기 무역수지가 57억달러 적자를 기록하며 11년만에 처음 올해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커졌다.
6월 소비자물가는 5.5%로 치솟으며 9년7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성장이 4%선 안팎으로 둔화되는 가운데 물가는 오르고 무역수지는 악화된다면 증시가 빠지는 것이 당연한 흐름이다.

올들어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이머징 국가들의 경제에 암운이 드리워지고 있다. 성장 모멘텀은 상실됐고 인플레 우려가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유가 및 식품 가격 급등은 선진국보다는 이머징국가에 보다 빠른 속도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부 국가들이 금리인상에 돌입하면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치솟는 물가를 잡기엔 역부족이다. 환율 통제를 통한 물가 부담 완화는 수출기업의 경쟁력에 인위적인 제한을 가하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이머징 국가들의 증시도 선진국 증시보다 더 큰 낙폭을 기록하며 경제 전반의 우려가 심각함을 보여주고 있다.

김주형 동양증권 연구원은 "원자재가격 상승분이 물가 등 실물경제지표 악화로 표출되면서 통화당국의 정책금리 인상을 이끌어 내고 있는 상황에서는 증시 상승추세 복귀를 단언하기 어렵다"고 실토했다.



펀더멘털과 수급동향이 모두 어려운 상황이다.

LG전자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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