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만만치 않은' 중국

상하이=홍혜영 기자 2008.07.01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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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만만치 않은' 중국


지난 20일 저녁. 와이탄이 내려다 보이는 근사한 레스토랑에 자리를 잡았다. "내가 쏜다!"

친구 넷과 배 좀 채우고 맥주 한 잔씩 하고나니 계산서에 187$ 라는 가격이 눈에 확 들어왔다. 상하이가 만만한 데가 아니구나.

중국 음식을 파는 식당은 좀 쌀까 해서 양식 레스토랑을 애써 피해 왔다. 후난음식을 파는 북적이는 식당. 종업원이 과일주스를 권해 "과일이 싼 나라니까" 하고 맘 놓고 한 병 시켰더니 80위안(한화 약 1만3000원)이란다. 맙소사.



아무리 상하이가 중국에서도 물가가 가장 쎈 곳이라지만 그 곳 물가는 상상이상이었다. 중국은 이제 더이상 '만만한' 나라가 아니다. 원자재, 인건비 상승에 위안화 가치까지 올라 국내 기업들은 줄지어 '컴백홈'한 지 오래다.

중국 내에서도 생산비용이 늘어난 데다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줄도산 위기에 처한 기업이 한둘이 아니라고 한다.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비용 증가로 중국 수출업체들이 위기에 직면했다"며 중국 홍허의 한 스웨터 생산업체를 소개했다. 월마트에 스웨터를 납품하는 지아싱 이상메이 패션이라는 회사는 최근 미국 수출 주문이 뚝 끊겨 공장내 기계 12대가 놀고 있다.

중국이 그 동안 저비용, 단순 제품으로 수출을 부양하는 데 너무 의존해온 것이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중국사회과학연구원의 위 용딩 연구원은 "높은 수출 의존도는 중국 경제에 좋지 않다"며 "미국과 일본의 수출비중은 국내생산량의 20%정도가 적당한데 현재는 75%에 이른다"고 말했다.

상하이 증시는 올들어서만 50% 하락했지만 인플레 무게 때문에 금융당국이 긴축정책을 쉽게 풀지도 못할 것 같다. 중국 인민은행의 저우샤오촨 총재는 "수개월 안에 중국의 인플레 문제가 완화될 것"이라면서도 "인플레 억제를 위해 금리를 인상하는 방안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무서운 물가를 보고 있자니 중국 증시의 바닥이 안 보인다. 중국에 목숨 건 국내 기업들은 물론 7조원을 쏟아부은 중국 펀드 투자자들 마음이 무거운 이유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마음이 휑했던 건 텅빈 지갑과 카드값 때문만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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